어머니와 수돗물
어머니와 수돗물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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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구 (K-water 사천권관리단 고객지원팀장)

전범구 팀장

한낮 기온이 27~28도를 웃돌며 여름 날씨를 보인다. 얼마 전 산야를 뒤덮었던 개나리와 벚꽃을 요즘은 영산홍, 철쭉, 장미꽃이 대신하고 있다. 필 때도 질 때도 화려한 벚꽃에 비해 영산홍과 동백꽃은 화려하게 핀 꽃잎이 하나둘 떨어져 볼품없는 모양으로 시들어버린다. 마치 우리네 인생의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늙음을 느끼는 증상으로 ‘갑자기 지인들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그 다음엔 얼굴이 기억나지 않고…’라고 평한 어느 글에 공감하며 매섭게 추웠던 지난 겨울, 물이 안 나온다고 신고했던 80대 한 할머니를 떠올린다.

당시 신고전화를 받고 급히 현장을 방문해보니 수도관이 동파되어 다시 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도관 교체비용이 부담스러워 옆집물을 길어 사용하시겠다는 할머니께 “날씨도 추운데 겨울동안만이라도 자식들 집에서 지내시는 것이 어떠시냐”고 권유했지만 ‘자식들 부담주기 싫다’며 손사래 치셨다. 그 순간 치매로 불과 몇 시간 전의 일도 기억 못하는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형편상 마을 공동상수도를 이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밥을 하거나 씻고 닦을 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양동이를 들고 줄 서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생활하셨던 분들이 지금의 70~ 80대 어르신들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집집마다 수도관이 연결되어 수돗물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리적·경제적 이유로 이런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특히 오지산간이나 일부 섬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은 아직도 수돗물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고, 설사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수도요금을 아끼기 위해 지하수 등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분들 중 대다수가 노인이다.

얼마 전 순천의 모 고등학생이 봉사활동 중 아파 누워 계신 노인분에게 삿대질을 하며 반말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극히 일부의 단상에 불과하지만 전통적인 대가족제도가 사실상 붕괴된 현재 노인의 사회적·경제적 위치가 위태로워진 것을 엿볼 수 있다. 60~70년대 우리 경제발전의 주역이자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그분들이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제대로 대우받고 존경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겨울, 동파로 수돗물 이용에 불편을 겪었던 그 할머니를 떠올리며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정부는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초연금 및 전기·가스·수도요금 할인 혜택 등 노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정책을 홍보하고 새로운 복지수요를 찾아내는 공공기관의 역할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대민업무의 일선에서 뛰는 공공서비스업 종사자로서 모든 분들이 수돗물을 온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오늘도 현장에서 따뜻한 가슴과 발로 뛰어야겠다.

/전범구·K-water 사천권관리단 고객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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