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수색·학교 늑장신고 ‘도마위’
경찰 부실수색·학교 늑장신고 ‘도마위’
  • 박철홍
  • 승인 2014.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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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장애아 발견 폐건물, 경찰 3차례나 수색
학교도 실종사실 2시간이나 지나 경찰에 신고
정민기 군이 실종 15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의 허술한 수색작업과 소속 학교의 늑장 신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 군이 익사체로 발견된 창원 성산구 가음정동의 폐건물은 실종된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고작 650m 떨어진 곳인데다가 경찰의 집중 수색범위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족과 장애인 부모회 측은 자폐성 장애 2급인 정 군이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성을 들어 학교 주변의 폐건물과 공장 등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달라고 경찰 측에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폐건물에 대해 지난 12일, 15일, 22일 3차례나 수색을 실시했지만 정 군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정 군이 창원대로를 지나는 것을 봤다’는 제보를 지난 19일 접수하고서 일대 사설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 정 군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해당 폐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을 지난 23일 확인하고 24일 오전 수색에 나서 지하 3층에서 정 군을 발견했다.

이날 정 군의 사망소식을 듣고 폐건물을 찾은 유족은 “그저께 (경찰이 폐건물에) 다 들어가 봤는데… 어떻게 학교 앞에서 안 찾을 수 있느냐”고 오열했다. 함께 수색작업에 나선 서은경 ㈔느티나무 경상남도 장애인 부모회 사무처장도 “수색작업이 제대로 안 됐다고 보고 있다”며 “주변에 공사장이나 폐건물이 많아서 찾아보자는 얘기를 수없이 했는데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사후약방문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정 군이 살아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이 차지 않은 폐건물 지하 2층부터 지상까지만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조만간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학교측도 정 군의 실종 사실을 2시간여가 지나서야 경찰에 알려 초기 대처가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10일 오후 1시25분께 정 군이 학교 밖으로 사라졌다고 밝혔으나 경찰에는 2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30분께야 신고했다. 학교 측은 주변에서 자체 수색작업을 벌이느라 신고가 지연됐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수색마저 허술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보한 CCTV 영상을 보면 학교 측이 주변에서 수색작업을 벌였다는 시간대인 당일 오후 1시 46분부터 오후 2시 28분까지 정 군이 줄곧 학교 근처에서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정 군의 장례를 마치고 학교 측의 학생 관리 소홀과 늑장 신고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책임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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