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2. 산적 소굴에서
“좋습니다.”
상돌 말에 산적 두목이 껄껄 웃으며 으르렁거리듯,
“그 용기 또한 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 게 탄로 나면, 너희 두 놈을 쫙쫙 찢어서 불속에 던져넣어버릴 것이니 각오하라.”
그자는 볼수록 조운의 고향에 있는 객줏집 사내를 연상시켰다. 객줏집 칼도마 같다는 말 그대로, 이마와 턱이 나오고 중간이 들어간 얼굴 모양을 한 그 산적 두목은, 부하를 시켜 상돌에게 커다란 칼을 주게 했다. 그러고는 마침 민가에서 약탈해온 소 한 마리를 끌어내오게 하였다.
조운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무리 상돌이 백정이라고는 해도 실수하면 그것으로 다 끝이었다. 그러나 상돌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빛이 없이 소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소는 한순간에 쓰러졌다. 놀라운 칼솜씨였다. 빙 둘러서 있던 산적들 속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산적 두목은 호랑이가죽을 씌운 큰 의자에서 일어나 직접 마당까지 내려와 상돌을 덥석 껴안았다가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아 말했다.
“여기서 우리와 같이 살 생각은 없느냐? 양반도 상놈도 없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적어도 추위에 얼어죽거나, 보리 피죽도 못 먹어 굶어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운은 상돌을 바라보았다. 나라가 허가해준 구역 안에서만 살 수 있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는 상돌로서는, 굉장히 반갑고 좋은 제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조운은 상돌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동생, 자네는 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해. 저 자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그러나 상돌은 고개를 내저으며 역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형님. 만약 그렇게 되면 형님 혼자서 그 어려운 일을 하셔야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비록 천대 받는 신분이지만 그래도 나라를 위해서 노력해 보려고 이렇게 따라나선 것입니다. 제 뜻은 그러니 더 이상 권유하지 말아주십시오.”
조운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그 순간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기 같으면 앞뒤 헤아리지 않고 산적이 되겠다고 했을 것이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 광녀라도 그렇게 나올 터였다. 하지만 상돌의 대답은 이러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희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 꼭 돌아가야만 합니다. 저희를 풀어주십시오. 그러면 그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산적 두목은 크게 아쉽다는 듯,
“너희 같은 자들이 우리와 함께해주면 아주 큰 힘이 될 터인데, 그래도 어쩌겠느냐? 약속은 약속이다. 좋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산채 저편 높은 벼랑에 나 있는 커다란 동굴이 이만큼 떨어진 곳에서 올려다봐도 퍽 대단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난공불락의 천연의 요새 같아서 거기에서 대항하면 관군이 이들을 토벌하려고 해도 수월치 않을 듯했다. 산적 두목은 이런 말까지 해주었다.
“가다가 혹시 또 다른 도적들을 만나거든, 백정을 거꾸로 한 정백이라는 산적 두목이 다스리는 산채에 들렀다가 나왔다고 하여라. 그러면 누구든 감히 너희를 해치려들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융숭한 대접까지 받고 산적 소굴에서 나왔다.
상돌 말에 산적 두목이 껄껄 웃으며 으르렁거리듯,
“그 용기 또한 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 게 탄로 나면, 너희 두 놈을 쫙쫙 찢어서 불속에 던져넣어버릴 것이니 각오하라.”
그자는 볼수록 조운의 고향에 있는 객줏집 사내를 연상시켰다. 객줏집 칼도마 같다는 말 그대로, 이마와 턱이 나오고 중간이 들어간 얼굴 모양을 한 그 산적 두목은, 부하를 시켜 상돌에게 커다란 칼을 주게 했다. 그러고는 마침 민가에서 약탈해온 소 한 마리를 끌어내오게 하였다.
조운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무리 상돌이 백정이라고는 해도 실수하면 그것으로 다 끝이었다. 그러나 상돌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빛이 없이 소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소는 한순간에 쓰러졌다. 놀라운 칼솜씨였다. 빙 둘러서 있던 산적들 속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산적 두목은 호랑이가죽을 씌운 큰 의자에서 일어나 직접 마당까지 내려와 상돌을 덥석 껴안았다가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아 말했다.
“여기서 우리와 같이 살 생각은 없느냐? 양반도 상놈도 없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적어도 추위에 얼어죽거나, 보리 피죽도 못 먹어 굶어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운은 상돌을 바라보았다. 나라가 허가해준 구역 안에서만 살 수 있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는 상돌로서는, 굉장히 반갑고 좋은 제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조운은 상돌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동생, 자네는 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해. 저 자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그러나 상돌은 고개를 내저으며 역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형님. 만약 그렇게 되면 형님 혼자서 그 어려운 일을 하셔야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비록 천대 받는 신분이지만 그래도 나라를 위해서 노력해 보려고 이렇게 따라나선 것입니다. 제 뜻은 그러니 더 이상 권유하지 말아주십시오.”
조운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그 순간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기 같으면 앞뒤 헤아리지 않고 산적이 되겠다고 했을 것이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 광녀라도 그렇게 나올 터였다. 하지만 상돌의 대답은 이러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희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 꼭 돌아가야만 합니다. 저희를 풀어주십시오. 그러면 그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산적 두목은 크게 아쉽다는 듯,
“너희 같은 자들이 우리와 함께해주면 아주 큰 힘이 될 터인데, 그래도 어쩌겠느냐? 약속은 약속이다. 좋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산채 저편 높은 벼랑에 나 있는 커다란 동굴이 이만큼 떨어진 곳에서 올려다봐도 퍽 대단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난공불락의 천연의 요새 같아서 거기에서 대항하면 관군이 이들을 토벌하려고 해도 수월치 않을 듯했다. 산적 두목은 이런 말까지 해주었다.
“가다가 혹시 또 다른 도적들을 만나거든, 백정을 거꾸로 한 정백이라는 산적 두목이 다스리는 산채에 들렀다가 나왔다고 하여라. 그러면 누구든 감히 너희를 해치려들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융숭한 대접까지 받고 산적 소굴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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