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케이블카 ‘손톱 밑 가시’ 뽑아라”
“밀양 케이블카 ‘손톱 밑 가시’ 뽑아라”
  • 양철우
  • 승인 201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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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등산로 폐쇄’…지역경제·관광 활성화 찬물
얼음골케이블카
영남 알프스 케이블카 전경



밀양시 산내면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주변에서 식당과 펜션을 하는 이동희(60)씨. 이씨는 사과농사가 본업이지만, 얼음골 주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성수기 여름철에는 방 3개를 갖춘 민박집을 운영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9월께 얼음골 케이블카가 개통되면서 일일평균 25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대박을 터뜨리자, 전답과 살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180㎡ 규모의 식당 2층과 방 7개를 갖춘 펜션으로 확장했다. 케이블카도 대박 났지만 이씨의 식당과 펜션도 대박이 났다.

이씨는 매일매일 즐거웠다. 이씨 부부 둘이서 장사를 해오다 종업원도 10명으로 늘리고 주말에는 외지에 나가있는 아들·딸까지 힘을 보태 밀려드는 손님들의 뒤치다꺼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덩달아 농사짓는 얼음골 사과도 공판장에 출하하는 것보다 관광객들에게 직판을 하다 보니 이문이 훨씬 나았다. 이씨는 이런 추세라면 1 년 정도 장사를 열심히 하면 은행 빚을 다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찬바람과 함께 얼음골 케이블카는 자연공원법을 어겼다는 환경단체의 의혹 제기로 운행이 중단되고 이씨의 장사도 고비를 맞게 됐다. 이씨는 그러나 운행이 다시 정상화되면 장사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해를 넘기고 우여곡절 끝에 2013년 5월께 이씨가 바라던 케이블카가 재개통됐다.

이씨는 이전과 같이 장사가 잘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실은 아니었다. 케이블카 관광객이 반토막이 나고 이씨의 장사도 반토막이 났다. 이씨는 부랴부랴 종업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처음처럼 부부 둘이서만 장사를 꾸리고 있다.

이씨는 이 같은 현상이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승강장과 연결된 등산로가 폐쇄됐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얼음골 케이블카의 최대 장점은 하부승강장에서 천황산 해발 1100m 고지의 상부승강장인 하늘정원에 도착하면 백호바위 등 천황산 주변의 수려한 영남 알프스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고, 2시간 이내의 천황산 사자봉과 재약산 사자평원, 산들늪, 능동산 정상 등산로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들이 재개통 시 조건부 허가 내용에 따라 상부승강장에서 내려 정상을 조망한 뒤 인근 등산로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폐쇄가 된 것이다. 이 탓에 케이블카 탑승객이 반토막이 났다고 이씨는 단정했다. 이씨는 “요즘 은행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 내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씨에겐 조건부 허가에 따른 ‘등산로 폐쇄’가 ‘손톱 밑 가시’다. 이 가시는 법도 아니면서 법처럼 행사하는 환경부의 ‘자연공원 로프웨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기초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 가운데 자연친화적 로프웨어 설치를 위한 고려사항 (라)항목에서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함’이라고 규제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8년 자연친화적 공원환경 조성과 친환경적 탐방체계 구축을 위해 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당초 ‘기존 탐방로와 가급적 피함’에서 2011년 5월께 ‘가급적’을 삭제해 강화를 했다. ‘가급적’을 삭제함으로써 얼음골 케이블카가 첫 적용대상이 돼 등산로가 폐쇄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밀양시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한 얼음골 케이블카에 ‘손톱 밑 가시’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케이블카 인근에서 펜션사업을 하는 전재술(60)씨는 “처음 얼음골 케이블카가 개통됐을 당시 여름 한철장사에 불과했던 주변 상가는 때아닌 호황을 누렸으며, 밀양 얼음골 사과와 단장면 대추 등 지역 특산물도 날개 돋친 듯 판매가 됐었다”면서 “그러나 다시 개통했을 때에는 ‘탐방로와의 연계를 피함’이라는 규제로 인해 등산로가 폐쇄돼 이용객들이 탐방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주변에서 빚을 내 장사하는 상인들의 판매가 급격히 줄었다. 다시 ‘가급적’으로 완화하든지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함’ 항목을 삭제하든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씨는 “가이드라인 때문에 등산로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벽을 설치하고는 있지만, 등산객들이 이를 무시하거나 아예 부수고 등산하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식당업을 하는 김이수(57) 씨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보전에만 치우친 산지·환경 규제로 기업활동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 산지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이 산지를 이용한 관광상품 개발에는 정부도 긍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승객수가 반토막이 난 얼음골 케이블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환경부 가이드라인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간 관광객이 하산할 때 등산로를 따라 산행하든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든지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환경부 가이드라인 때문에 등산로를 막고서 일방적으로 왕복표만 팔아 관광객들은 하는 수 없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하는 등 자유로운 통행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을 각각 차등화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밀양시 등산연합회 등 주민 7명이 ‘얼음골 상부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창원지법 밀양지원에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월께 예약 탐방제 실시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법원은 권고문에서 하루 예약 탐방인원을 계절별로 300~800명으로 제한하는 케이블카 승객이 상부 승강장을 통해 얼음골 정상 등반을 허용하도록 했다.


등산로 차단 테크
가이드라인에 의해 등산로를 차단하는 테크를 설치했지만 등산객들의 등산욕망까지 차단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일부 등산객들이 차단 테크를 부수고 등산로를 따라 등산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해당 업체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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