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도올 박근혜 하야 주장
<이준의 역학이야기>도올 박근혜 하야 주장
  • 경남일보
  • 승인 2014.05.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의 슬픔이 채 추스르지도 않았는데 도올 김용옥 선생의 박근혜 대통령 하야 외침은 이 슬프디 슬픈 시국(時局)을 더욱 적막하게 한다. 상(喪)을 당하면 북받쳐 오르는 제 서러움에 겨워 어떤 경우엔 얼토당토않은 사소한 말꼬리와 행동거지에도 친한 사람끼리 좌충우돌 큰 싸움의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저마다 켜켜이 쌓여있는 서러운 분노가 일시적으로 폭발한 것이리라. 이때 분노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갑자기 엉뚱하게 황당한 수모를 겪는다.

세월호 침몰은 어떤 의미에선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총체적 부정부패의 실상을 애써 모른 채 외면하며 위태롭게 뒤뚱거리며 살고 있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표피적으로는 유병언 일가의 괴물같은 탐욕과 여기에 맞물려 있는 부패구조의 블랙커넥션이지만, 그 근저에는 가난의 서러움과 절박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악착같이 앞으로만 빨리 달려온 관성을 조절하지 못한 채 욕망이라는 괴물을 정당화·신격화시키면서 정작 가장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생명과 인권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망실(亡失)해 온 우리사회 전체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서러움의 포괄적 책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하여 도올 김용옥은 신랄한 언설을 토로하였다. 어떤 의미에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던져주는 것도 같으나, 또 다른 면으로 엉뚱한 분쟁의 불씨로 비화될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김용옥 선생은 진중권씨와 더불어 해박하고 현학적인 근거로 나름대로 탄탄한 논리로써 기득권의 탐욕 허위 모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신랄한 풍자를 쏟아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아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런 연유로 필자도 도올 김용옥의 강좌와 책들을 듣고 읽느라 시간과 돈을 꽤나 투입하였다. 그의 집안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천재집안으로 그 중 도올 선생이 가장 뒤떨어져 돌대가리라는 핀잔을 듣고 자랐다고 하며, 그것을 그의 호로 ‘도올’이라 하였다는 우스개도 있다.

하지만 ‘노자를 웃긴 남자(김경숙)’, ‘잘못 만들어진 상품’ 등 그에 대한 냉소적인 비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용옥은 그가 신랄하게 비판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특이한 모습, 펄럭거리는 옷자락, 독특한 화술과 제스처, 거침없는 지적행로, 발달된 홍보매체 등 한국이라는 지적 시장에서 스스로를 아주 잘 포장하여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상품이다. 그리고 서구지식이 판을 치는 지적시장에서 무림에 홀연히 나타난 고수처럼 동양지혜라는 장도(長刀)를 휘두르며 동양철학의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들인 그의 공로는 높이 평가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편 그저 초야에 묻혀 고요하게 자연과 어울려 무심히 살고 있는 무수한 무림의 고수들을 깜빡 잊게 만든 반짝거리는 소란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올 김용옥 하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름, 그의 스승 김충렬 교수가 있다. 도올도 몇몇 인터뷰에서 그들과의 관계를 말하곤 하였다. 필자는 남명연구소 일로 진주에 내려오신 김충렬 교수를 모신 적이 있다. 필자가 여쭈었다. 제자 김용옥은 어떤 분이냐고. 교수님은 필자의 질문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좋다 나쁘다 끝끝내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다만 “음양(陰陽)의 작용은 있다. 오행(五行)은 정리되어 있지 않다”라는 말씀만 하셨다.

그간의 여러 정황을 보건대 도올 김용옥은 상관(傷官) 성향이 농후한 것 같다. 하여 항간에 떠돌고 있는 도올 선생의 몇 개 사주들 중 무자년 기미월 병오 일주가 적합할 것 같다. 상관의 고유한 특성인 글빨과 말빨이 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여름 뜨거운 태양(丙)이 양인이라는 강력한 힘도 갖추고 있다. 명석하고 거침없고 강력하며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기세에 따르거나 눌리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기운을 발산한다. 대쪽 같은 이런 기질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상관이란 말 그대로 관(官)을 상(傷)하게 하는 기운으로 관직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지적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천안함 사고 비꼼, 4대강 사업비판, 박근혜 대통령 하야 등 권력의 핵심을 건드리는 말이라도 주저함이 없다. 서민에 대한 애정, 새로운 세계에의 열정들을 토로하는 그의 열변에 새롭고 신선한 것을 바라는 젊은이들이 충격적으로 열광한다.

그러나 상관의 말은 즐거움은 주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지 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대안 마련에는 아주 취약하다. 올바른 비판과 문제제기는 탁월하나 해결방법이 전무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즐거운 비판뿐이다. 역시 방법과 대안 마련은 정관(正官)의 몫인가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