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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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을 뒤엎는 슈퍼 푸드 복분자
 
 
오늘날 인간의 공통된 관심사는 과연 무엇일까? 과학과 의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금세기에 찾아온 장수시대!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생을 두고 먹는 먹거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과거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그저 배불리 먹는 일과 식품의 영양소만 가지고 우열을 가렸으나 지금은 영양소 외에 식품의 기능성을 따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기능성 식품은 건강증진 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 바로 현대인들이 찾고 있던 것, 즉 건강의 질적 향상과 건강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이다.

베리류 중 블루베리가 2002년 미국의 주간지인 TIME지가 뽑은 10대 건강식품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베리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들어 외국에서 수입되는 블랙베리, 블루베리, 라즈베리, 크랜베리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베리(berry)류’의 뜻은 딸기류의 열매를 총칭하는 것으로 넓은 뜻으로는 액과(液果)를 가리키는 장과류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베리는 복분자, 산딸기, 오디 등이며 이 중에서도 복분자가 잘 알려져 있다. 복분자는 장미과에 속하는 산딸기의 일종으로 원산지는 중국이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열매는 7~8월경에 반구형의 장과로 털이 있으며 적색으로 익은 후 나중에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복분자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그 이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복분자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면, 아주 먼 옛날에 금술 좋은 한 부부가 살았는데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아이를 낳지 못해 늘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해 늦은 봄에 나물을 캐러 산에 갔다가 나물 캐는 재미에 여기 저기 다니다가 그만 길을 잃게 되었다. 피로에 지치고 배가 고파 바위틈에 앉아 쉬고 있는데, 딸기가 지천으로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배고픈 김에 실컷 따먹고 시장기를 해결한 후 정신을 차려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남편이 소변을 보는데 웬일인가. 요강이 넘어질 정도로 소변 줄기의 힘이 강해졌고, 그 후 신기하게도 부인의 몸에 태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나무딸기를 먹으면 남자의 정력이 좋아 요강이 엎어진다는 의미의 ‘엎을 복(復’)자와 ‘동이 분(盆)’자를 써서 복분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실제로 복분자는 양기가 약해서 나타나는 발기부족 증상에 효험이 있을까? 한의서에 의하면 나무딸기 중에서 가장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복분자를 꼽으며, 생리기능으로는 간 기능을 강화시켜 시력을 증진시키고, 기운을 돋우며 성기능을 높여주고 소변의 배설을 쉽게 해주며, 흰 머리를 검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있다.

한의서에 기록된 기능은 현대과학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복분자의 검붉은 색을 띠는 안토시아닌 물질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가 24시간 내내 마시는 산소는 생체 내에서 그 일부분이 활성산소로 바뀌게 된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속에서 세포와 조직에 나쁜 독성을 일으켜 암, 노화, 십이지장궤양,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피부노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친구다. 그런데 복분자에 함유된 안토시아닌이란 항산화성 물질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 상기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큰 효과를 보이게 되며, 이로 인해 기운을 북돋아주어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고, 나아가 정력에도 도움이 되고 노화작용의 지연에도 기여하게 된다. 또 안토시아닌은 눈 건강에도 참 좋은 물질이다.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세계 제 2차 대전 때 영국의 공군 조종사가 빵에 블루베리 쨈을 빵 두께만큼이나 많이 발라 먹은 결과 비행 중 ‘희미한 빛 속에서도 물체가 잘 보였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 사건을 계기로 연구하게 되었다. 사람의 안구 내 망막에는 빛의 자극을 뇌로 전달하여 물체의 상을 보이게 하는 로돕신(rhodopsin)이라는 색소가 있는데, 이는 시간이 경과되면 계속 분해되어 그 기능을 잃게 된다. 이 때 베리류의 안토시아닌은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시켜 시력회복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내장의 예방에도 유익한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염이나 백내장의 예방에도 좋다. 그러니까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매달려 사는 청소년들의 눈 건강에는 안성맞춤의 먹거리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복분자를 비롯한 베리류는 여성의 자궁 내 질환으로 인한 불임증에도 도움이 되며, 갈증을 풀어주고 열을 내리며, 간과 신장을 보호하는 약리작용이 탁월하고, 또 여성들의 탄력 있는 피부 유지에도 좋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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