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명함의 책임
[이준의 역학이야기] 명함의 책임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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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할배·할매 있는 방문을 열어보고 “어 아무도 없네…”하며 문을 탁 닫는 식으로 같이 놀아 줄 자기또래와 같은 이들이 없으면 아무도 없는 것이 된다. 있어도 있지 않는 셈이다.

더군다나 어른들의 이해관계 사회에서는 더욱 이기적이 되어서 자기와 놀아주지 않거나 자기에게 해가 되는 사람은 있어도 없는 존재이다. 그나마 적이 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스럽다.

더욱 황당한 것은 나이든 아이들(나이만 냅다 먹었지 여전히 구상유치한 자들) 세계에서는 자기의 기대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사람에 대하여 제풀에 겨워 괜스레 싫어한다.

이때 당하는 사람은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 내가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하였는데? 내가 지한테 무슨 손해를 끼쳤는데?

그렇다. 그대는 잘못이 없다. 다만 그대의 존재가, 그대가 내민 명함 한 장이 그들과 다르거나 그들에게 무엇인가 해줄 것이라는 상당한 기대감을 던져주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것은 또한 비록 그대가 아무 말, 아무 행동도 없었지만 그대 존재자체의 값어치가 그들에게 그만큼 먹혔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대는 그대 존재의 그들 기대치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였다. 그대는 부지불식간에 무언의 심리적 사기꾼이 되어버렸다. 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손해는 끼치지 않았지만 그대는 그들에게 쓸데없는 환상과 기대치를 엄청 쏟아 부은 셈이다. 그렇고도 그대는 그들에게 내 몰라 하였다. 이는 그대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 천진난만한 백치의 순진함 때문이다.

SWOT분석에서 이것은 그대의 강점인과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도 그대는 그들의 미묘한 냉소와 따돌림에 괜히 억울하다.

하여 인간관계, 세상살이란 이처럼 참으로 어렵다.

이런 평범한 인간관계에서도 이러할 진데 하물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 주민들의 행복과 삶의 고통에 직결되어 있는 아주 높으신 분들의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부침(浮沈)이야 오죽하겠는가.

최근 거창한 타이틀을 명함에 달고 다니며 존재를 과시하였던 무수한 기업인 정치인 장군 고위공직자 공기업사장 의원 시장들의 불미스런 소식들은 국민들의 분노를 넘어 오히려 허탈감마저 던져준다. 그 이름의 명분과 그 존재실질의 표리와 괴리를 다시금 입증한다.

공인은 많은 사람의 생명, 재산, 관심 영역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다. 명리에서 공적인 일을 상징하는 것은 관성(官星)이다. 반면 개인적인 건강과 풍요를 일컫는 것은 당연히 재성(財星)이다. 서로의 상생관계는 재생관(財生官)으로 관은 풍요로운 재성을 바탕으로 한다. 명리학의 논리로 보면 공무원은 개인적으로 넉넉한 경제적 기반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기반이 다소 어려운 사람들이 공직에 많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관직은 국민들이 풍요롭고 주민들이 편안할 때 그 빛이 더욱 빛난다. 하지만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주민들이 불안하면 그 빛은 바래진다.

이러한데 재성이 약한 사람이 관성과 인성이 강하면 관생인(官生印)의 형국으로 되어 그 똑똑한 두뇌와 탁월한 대인관계를 절묘하게 활용하여 결국 자기 이권과 재물을 챙기는 탐관오리로 되기 쉽다. 동시에 반작용으로 관성이 있고 인성이 왕성하면 아주 청렴한 공무원으로 훌륭한 공직자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청백리와 탐관오리는 같은 기운이다. 마치 이름난 연예인과 화류업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같은 기운인 것과 같다.

정말 중요한 것은 똑똑한 인성을 가동한 마음가짐과 고집스런 자기점검이다.


그러지 못할 바엔 괜히 명함에 거창한 타이틀을 붙여 댕기지 말라.

짜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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