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중 (대한지적공사 경남지역본부장)
인류 역사상 폭발적인 이동과 팽창이 있었던 시기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갈 길과 목표를 스스로 정했던 최초의 시기는 아마도 ‘대항해 시대’였을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나침반을 비롯한 각종의 측정기구와 더불어 ‘메르카토르 도법’에 의한 측량 및 작도법의 발전이었다. 메르카토르(1512~1594) 도법이란 원통도법의 일종으로 구형의 지구를 원통으로 투영시키고 평면으로 전개하는 도법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인류는 그것의 원리를 이해하기도 전에 이미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각함수, 로그, 미적분학 등의 수학적 개념이 필요한데, 창안 당시 1569년에는 그러한 개념이 전혀 없었고, 약 100년이 지난 후에야 수학적인 설명이 가능해졌다.
메르카토르 도법이 항해에 유용했던 까닭은 그 성질에 있었다. 지구라는 구(球)를 평면으로 전개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지도작성에는 왜곡이 수반된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각도의 정확성을 얻는 대신, 크기와 거리의 정확성을 희생했다. 지도에서 그린란드와 아프리카의 크기가 대략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14배나 차이가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메르카토르 도법은 각도를 정확하게 재기 때문에 나침반을 이용한 항해에 최적의 도법이었다.
대항해 시대에 적합한 지도가 있었듯이, 정보화 시대에도 최적의 지도가 필요하다. 메르카토르 도법이 당시 최적의 지도 작성법이었던 이유는 최고의 정확성이 아니라 최적의 유용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며, 이는 측량이란 단순히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의 수집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와 계획에 부합하는 정보의 가공임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구, 교통, 물류 등의 실시간 흐름에 대한 정보를 수요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위치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졌다. 또한 토지, 자연자원, 야생동물의 서식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생활환경을 관리하기도 한다. 정보의 원천 역시 다양해져서 일반인들의 수많은 활동에 의한 공간정보 빅데이터가 창출되기도 한다. 공간정보의 생산 및 유통이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는 ‘국가공간정보체계’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공간정보에 대한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해 국토교통부는 현재 제5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2013~2017)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4월 29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국가공간정보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의해 대한지적공사가 오는 6월 4일에 ‘한국국토정보공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공간정보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위해 ‘공간정보 허브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평면에서 입체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단순 지적에서 다양한 공간정보들과의 융복합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정보화 시대의 메르카토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기중 (대한지적공사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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