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작가 김석범 ‘화산도’ 완역판 출간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 ‘화산도’ 완역판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5.10.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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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다룬 대하소설
재일동포 김석범(89)씨가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쓴 대하소설 ‘화산도’(보고사·전12권)가 국내 완역 출간됐다.

작품은 작가가 1965년부터 장장 30여 년에 걸쳐, 200자 원고지 2만2천장 길이로 완성한 일본어 작품이다. 1988년 실천문학사에서 전반부가 번역 출간됐지만, 당시는 아직 일본어판조차 완결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번역도 불충분했다.

1997년 일본에서 7권으로 완간된 ‘화산도’를 이번에 김환기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소장과 김학동 연구원이 처음으로 모두 한국어로 옮겼다.

‘화산도’는 제주 4·3이 발생하기 직전인 1948년 2월 말부터 이듬해인 1949년 6월 제주 빨치산의 무장봉기가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 해방 직후 혼란스러운 정국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이방근은 독립 운동가였으나 전향을 약속하고 병보석으로 출옥한 인물로, 해방 후에도 친일파가 반공을 내걸고 득세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이방근은 북한 공산주의 정권도 새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수 없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친일파 세력과 서북 청년단의 탄압에 맞서고자 공산주의 세력을 지원한다.

하지만 제주 빨치산의 무계획적인 활동은 수많은 제주 민중을 희생시키고 이방근은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아비규환 속에서 이방근 역시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의 소신을 저버렸다고 생각하며 끝내 자살을 선택한다.

작품의 주요 무대는 제주도지만 서울과 목포, 일본 오사카와 교토, 도쿄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192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김석범은 제주에서 밀항해 온 친척으로부터 제주 민중의 참혹한 학살 소식을 접하고서 평생을 제주 4·3사건과 관련한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간수 박 서방’(1957), ‘까마귀의 죽음’(1957), ‘관덕정’(1961), ‘만덕유령기담’(1970), ‘만월’(2001) 등 4·3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화산도’로는 1983년 아사히신문 오사라기 지로 상과 1998년 마이니치 예술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올해 제주 4·3평화상 1회 수상자가 되고서 일부 보수 단체에서 공세를 받는 등 갖은 이념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작가는 완역판 출간에 맞춰 지난 16일 동국대에서 ‘재일디아스포라 문학의 글로컬리즘과 문화정치학’을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현기영 소설가와 대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4·3평화상 수상 소감 등이 문제가 돼 주일 한국대사관이 ‘조선적(朝鮮籍)’ 신분인 그의 입국을 불허했다.

작가는 그러나 자신의 문학을 이념의 문학이 아닌 ‘망명 문학’이라고 항변한다.

“‘화산도’를 포함한 김석범 문학은 망명문학의 성격을 띠는 것이며, 내가 조국의 ‘남’이나 ‘북’의 어느 한쪽 땅에서 살았으면 도저히 쓸 수 없었던 작품들이다. 원한의 땅, 조국상실, 망국의 유랑민, 디아스포라의 존재, 그 삶의 터인 일본이 아니었으면 ‘화산도’도 탄생하지 못했을 작품이다. 가혹한 역사의 아이러니!”(한국어판 서문)

연합뉴스



 
화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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