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2.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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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방수천 가방으로 연간 500억 매출 올리는 프라이탁
가방의 소재는 타폴린이라는 트럭 위에 씌우는 방수천, 자동차의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 재활용 자재에서 얻는다. 단 방수천의 경우는 5년이라는 일정기간 동안 사용한 재료만을 사용한다. 방수천은 가방 원단으로, 가방끈은 폐차에서 뜯어낸 안전벨트로, 그리고 접합부에는 자전거 바퀴의 고무 튜브를 떼어 내 붙여 가방을 만든다. 매년 가방을 제조하는데 소요되는 트럭 천막은 200t, 자전거 튜브는 7만5000개, 차량용 안전벨트는 2만5000개가량이 소요된다. 모든 제품은 개별적이고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폐 재료를 이용하다보니 오물과 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세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가방에서 냄새도 꽤 난다. 그럼에도 가격은 20만~70만원으로 고가다.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만든 가방치고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럼에도 세계 350여 개 매장에서 20만여 개, 연간 500억 원어치가 팔린다. 스위스 프라이탁(FREITAG) 사에서 만드는 가방이야기다.

프라이탁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커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가 1993년에 설립한 스위스의 가방 제조 회사이다. 그들은 처음에 비가 와도 스케치가 젖지 않게 할 만한 튼튼한 메신저 백을 만들어야겠다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그들이 거주하는 스위스 취리히는 겨울철이면 사흘 중 하루는 비가 내리는데 소지품이 금세 젖어버리기 일쑤다. 프라이탁 가방의 주재료인 트럭 방수천은 절대로 새 것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소재, 같은 디자인의 방수 천이라도 낡고 묻은 때나 퇴색 정도가 다르다. 이와 같은 방수 천들을 수거해 만든 프라이탁은 태생 자체가 세상에서 유일함을 의미한다. 프라이탁은 1993년에 설립 이후 20년 동안 300만개 이상 가방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똑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프라이탁은 바로 이러한 희소성과 차별화로 대박을 터뜨린 성공사례이다. 브랜드 가치의 본질은 희소성에 있다. 한정판 제품이 가격을 몇 배씩 높여 불러도 없어서 못 파는 것은 희소성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탁 가방의 내구성을 시험해본 결과, 몸무게 80㎏의 남성이 약 10분가량 매달려 있었지만, 가방의 재봉선 하나 벌어지지 않았고 모양에도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프라이탁 가방에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재료인 트럭 방수천이 최근 5년간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가 고객들에게 역사로, 고유한 스토리로 전달되는 것이다.

프라이탁 사의 ‘재활용’이란 핵심 가치는 취리히의 본사 건물에서도 드러난다. 본사 공장은 모두 재생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폐 건축물의 철근을 가져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건물 옥상에는 독일이나 스위스의 가정주택들이 그러하듯, 자갈을 깔아둔 정원을 만들어 비가 내리면 자갈과 모래라는 ‘자연 필터’를 거쳐 지하 1층 수조로 모이게 한다. 바로 이 빗물로 폐방수천을 세탁한다. 또한 프라이탁의 취리히 직영매장은 폐 컨테이너로 지은 것이다.

‘재활용’이라는 친환경 개념에 끌린 프라이탁 애호가는 세계 곳곳에 3만 명에 이르고, 한국에만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프라이탁 고객들은 가방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옳다’고 생각해 준다. 애호가들은 무엇보다 프라이탁의 재활용품의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이른바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방에는 역사와 스토리가 있기에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그 값을 지불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비싸고, 소재가 훼손되기 쉬워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명품 가방보다 훨씬 편하게 들 수 있는 기능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프라이탁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방의 사진을 찍어 서로 자랑하거나 제품의 사용 후기를 올리고, 중고품 거래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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