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6.03.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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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에서 세계 최대 의류회사 회장이 된 오르테가
“유행을 만들어내지 않고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 옷 장사는 생선장사와 같다. 유행이 지난 옷은 ‘어제 잡은 생선’처럼 신선도가 확 떨어진다./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중산층 사고방식을 지니며 살고 싶다./ 노력과 헌신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일 뿐이다.” 13세 때 중학교를 중퇴하고 옷가게 점원으로 시작하여 오늘날 8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의류회사로 성장시켜 세계 3위의 거부가 된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Inditex) 회장이 한 말이다.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1936년, 스페인의 중소도시 레온에서 가난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생이던 13세에 학교를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오르테가는 동네 옷가게에 배달원으로 취직해 푼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런데 총명한 오르테가의 눈에는 의류 생산과 유통 과정이 너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옷가게 주인의 가게 운영 방식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옷가게를 꾸린다면 그런 복잡하고 낙후된 생산·유통과정을 개선하여 더 빠르고 보다 값싸게 옷을 만들어 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유통과정에서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재를 구입해 생산 기간을 단축하면 ‘패스트패션’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옷가게 점원으로 13년을 일한 오르테가는 26세가 되던 1972년 갈리시아 지방의 소도시 라 코루냐에서 약혼녀와 함께 자신의 옷가게를 처음 열게 된다. 옷가게 주인이 된 오르테가는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원단업자에게 직접 소재를 구입하여 옷을 제작하고 완제품 의류의 판매과정을 단순화시키고 시간도 대폭 단축시켰다. 그가 만드는 옷은 구매할 당시에는 가장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이지만 한철 입은 후 유행이 지나면 미련 없이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가격이 저렴한 옷, 즉 패스트푸드와 같은 옷이라는 의미의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을 탄생시키게 된다.

일반적인 의류는 상품 기획에서 디자인, 제조, 유통, 매장 출시까지 약 6개월이 걸린다. 이처럼 다른 브랜드들은 계절에 앞서 6개월 전에 미리 옷을 만들지만, ‘자라’는 그때그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유행에 맞춰 다품종의 제품을 소량씩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신상품이 나오고, 제품 중 70%는 2주 안에 바뀐다. 늘 새로운 제품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고,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유행이 ‘업데이트’되어 있다. 인기가 있어도 몇 주 후면 매장에서 다시는 똑같은 옷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자라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바로 구매한다.

인디텍스 그룹은 1975년 스페인 시골 마을에 ‘자라(Zara)’ 매장을 개업한 이래 이제는 모두 8개 의류 브랜드로 전 세계 최대 의류회사로 성장하였다. 2012년 현재 인디텍스 그룹은 전 세계 매장만 5600여 개, 직원이 11만 명, 디자이너만 600명에 달한다. 인디텍스는 오랫동안 스페인 증시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온 최대 통신회사 텔레포니카, 최대 은행 산탄데르를 뛰어넘고 스페인 최대 기업으로 등극한 지 오래다. 그리고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3위 부자다. 스페인 정부는 디폴트(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를 선언하고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의 위기에 내몰렸지만, 경제 전문가들이 “인디텍스의 놀라운 성장이 스페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있다. 자라야말로 스페인의 유일한 안전자산”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오르테가 회장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나 인디텍스 그룹이 최초로 주식 상장을 하던 2001년 당시 자신의 주식을 팔아서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2007년 페루 지진 희생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오르테가는 2011년 11월 인디텍스 그룹의 부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파블로 이슬라(Pablo Isla)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자라 아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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