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올림픽, 금메달 아니어도
[특별기고] 올림픽, 금메달 아니어도
  • 경남일보
  • 승인 2016.08.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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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명 (전 하동교육장)
최길명
1896년 아테네에서 근대올림픽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120년이 됐다. 우리나라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후 근 30년 만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종목의 양정모 선수가 건국 후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몬트리올 하늘에 태극기가 걸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국민 모두가 한없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딱 40년 전의 일이다.

그땐 모두가 어려운 때였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배가 고팠고 그야말로 ‘눈물 젖은 빵’이라도 감지덕지였으니 자연스레 헝그리정신이 배었다. 운동을 한번 시작했다 하면 끝장을 볼 각오로 매진한 것이 한국 스포츠의 발자취이다. 그후 국가발전이 계속돼 경제적 윤택함을 가지게 됐고, 경제발전에 따라 스포츠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지금은 선수들도 성적에 따라 경제적 부분뿐만 아니라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함께 누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도 4년 동안 고독한 시간을 감내해 왔다. 그들에게 대중매체들은 가혹하게도 ‘전사’니 ‘투혼’이니 ‘한계에의 도전’이니 하는 현란한 용어를 총동원해 금메달에 대한 염원을 고무시킨다. 그러다 보니 금메달을 따서 울고, 따지 못해서 울고…. 메달 획득은 개인에게도 명예와 부가 따르지만 국가적으로도 우월성을 자랑할 수 있고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4년 전 런던대회에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의 순으로 메달을 땄는데, 이는 곧 당시 각 나라들의 국력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타들이 보여주는 경이, 혹은 기대가 커서 안타까움을 더하게 하는 이변들로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그 한계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23개의 금메달리스트 수영선수, 100m 3연패를 달성한 인간탄환, 1점만 더 내주면 지는 경기에서 “할 수 있다”고 되뇌며 5점을 연달아 따내 기적 같은 승리를 이룬 선수, 오심에 끓는 분노를 참아가며 불사른 투혼, 월등한 경기를 했음에도 한 방에 울어버린 축구….

선수들이여, 기억해 달라. 꼭 금메달이 아니어도 되고, 졌다고 울지 않아도 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경제력 수준만큼 달라졌다. 우리 선수의 경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기를 밤새워 즐기는 마니아들이 엄청 많아지지 않았는가. 메달과 상관없이 아름답게 투혼을 불사른 우리 선수들에게도 당연히 환희와 박수를 보낸다. 특히 그곳은 지카바이러스, 치안 불안, 환경오염 등 악조건이 많았지만 당신들의 땀방울로 우린 행복했다.

양궁이나 사격 같은 경기는 오직 점수판에 나타난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신뢰성 높은 경기이다.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들은 이번 올림픽을 관전하는 동안 이런 원칙과 신뢰, 스포츠맨십도 함께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계파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 부패가 판치는 고위 공직사회는 특히 최강 양궁의 비결인 투명함에 대해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열대야로 짜증나고 정치와 경제로 힘든 국민들에게 한동안이나마 위안을 준 올림픽 참가선수들을 위해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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