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금체불과의 전쟁
[기고] 임금체불과의 전쟁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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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고용노동부진주지청장)
해마다 어김없이 추석은 돌아온다. 우리지청 앞마당에는 올해도 ‘추석대비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내걸렸다.

명절이면 아무리 없는 살림이라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과 즐기기 위해 명절 음식 장만하고, 토끼같은 자식들 새 옷도 사입히고, 안 본 사이 훌쩍 자란 조카에게 용돈 몇 만원이라도 쥐어주는 기쁨이 우리네 근로자들이 평소에 힘들게 돈 버는 맛이라고 하면 과할까?

그런데 이러한 사소한 기쁨도 맛볼 수 없도록,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근로자가 올 8월말 현재 전국적으로는 무려 21만 4052명에 이르고 체불액은 947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 서부경남지역에도 체불근로자가 1842명에 체불액은 69억 750만원이나 된다.

임금을 받지 못해 우리지청을 찾는 민원인도 평소보다 늘었고 추석 전에 체불임금 청산을 지도하기 위한 근로감독관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근로자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체불액이 왜 이리 늘어날까?

어떤 이들은 체불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서 그렇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임금 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노동시장 문화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하며 또 어떤 이들은 구조적으로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문제라고도 한다. 대기업의 하도급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보니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인하하면 그 영향으로 하청업체의 인건비 감축과 임금체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선업과 해운업 위기까지 발생하여 엎친데 덮친격으로 체불임금이 늘어 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임금체불을 예방하고 발생한 체불에 대해서는 조속이 청산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체불을 예방하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 등으로 취약분야 사업장을 자체 선정하고 현장 방문 등 집중 관리한다. 이와 함께 일시적 경영난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사업주에게는 저리 융자를 통해 체불임금 청산을 지원하나, 재산은닉 등 체불 청산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구속수사 등 엄정하게 사법처리한다. 그리고 임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에게는 생계비를 대부하고 도산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는 사업주를 대신해 최종 3월분 임금, 최종 3년간 퇴직금을 먼저 지급한다.

우리 고용노동부진지주청에서는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을 설정하고 근로감독관들이 평일 밤에도 휴일에도 근무를 하며 체불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는 토·일까지 합쳐서 5일이고 연휴 전 월·화요일을 연차로 사용하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어서 황금의 연휴라고도 한다. 저녁시간과 휴일까지 반납하며 고군분투하는 근로감독관들의 노력에 힘입어서라도 모처럼 찾아온 황금연휴에 한숨 짓는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어 많은 이가 보름달처럼 환한 추석을 맞았으면 한다.


이경구 (고용노동부진주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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