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하와이 38년만에 문 닫나
부곡하와이 38년만에 문 닫나
  • 정규균·이은수기자
  • 승인 2017.05.0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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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이달까지만 영업…직원들, 고용승계 촉구
▲ 부곡하와이 노조원들이 5일 저녁 사측의 일방적 폐업결정에 반대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창녕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인 ‘부곡하와이’가 폐업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일 창녕군과 부곡하와이 등에 따르면 계속되는 적자를 극복하지 못해 부곡하와이가 내부적으로 폐업 결정을 내리고 조만간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부곡하와이 대표가 최근 창녕군을 찾아 5월까지만 영업하고 내달부터 폐업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이 된다면 1979년 개관한 부곡하와이는 38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5일 오전 폐업이 예고된 창녕 부곡하와이를 찾았다.

어린이 날을 맞은 이날, 입구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서너명의 직원들이 나와 분주하게 안내를 하고 있었다. 실내·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마음껏 하고 특히 놀이기구를 무료로 탈 수 있는데, 요금이 대인 2만원, 소인 1만5000원으로 저렴해 고개가 갸우뚱 거려졌다. 김해 워터파크 등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동들에게 학용품 선물을 나눠줬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캐릭터들로 구성된 얼음나라 축제도 변함없이 진행됐다. 실내수영장과 야외온천을 즐기는 스파니아에도 가족단위 손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폐업을 앞둔 여파인지 전체적으로 활력은 떨어져 보였다. 놀이기구는 하늘자전거와 바이킹 등이 가동됐지만 절반가량은 멈춰섰다. 범퍼카 등 놀이기구 일부는 고장이 나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곳곳에 녹슨 시설도 눈에 띄었다. 바깥에는 페이스페인팅 부스 하나만 운영될 뿐, 예년처럼 공연이나 이벤트가 없어 어린이날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젊은 직원들은 휴식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폐업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놀이기구 담당 A직원은 “폐업을 앞두고 일할 의욕이 있겠느냐”며 “올해는 전년도 수준에서 손님을 맞을 것”이라며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5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B씨는 “경기가 나쁘다고는 하지만 최근 3∼4일간 손님은 전년도 수준으로 왔다”며 “갑자기 폐업을 한다고 해서 앞일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폐업 걱정에 한달간 집에 가지 않았더니, 오늘 오전에 딸이 아버지 안부가 걱정이 돼 다녀갔다. 고2 딸에게 차마 직장을 그만둔다는 얘기는 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역 상인 D씨는 “광활한 대지에 아름드리 나무와 좋은 돌 등 가격대가 나가는 동물박제, 무엇보다 국내 최고의 온천수가 나오는데 누군가 인수하지 않겠느냐”며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직원들 사이에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경영이 악화됐다. 외부 자본이 투입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면 충분히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

밤 8시가 지나 바깥을 나오니 정문 건너편에 노조가 천막을 치고 이날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공개매각하고 고용승계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80여명의 노조원들은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규균·이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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