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량 버팀목 의무 설치해야”
“대형차량 버팀목 의무 설치해야”
  • 김지원
  • 승인 2017.08.1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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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백인수씨의 '안전 오지랖'
▲ 수머신테크 백인수대표


난데없는 달걀파동과 함께 새학기가 시작되고 있다. 먹을거리 안전도 큰 일이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 교통사고다. 


개학을 앞두고 스쿨존 교통안전에 한층 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 초등학생 2학년 딸을 둔 백인수씨가 운전자들이 조금만 신경 쓴다면 미리미리 예방할 수 있는 교통안전 제안을 하나 전해왔다. 

딸 수빈양이 다니는 동진초등학교 등교길은 좁은 인도 옆으로 차들이 줄줄이 주차돼 있다. 길이 좁다보니 학생들이 평소에도 차도로 내려서 다니곤 하는 길이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의 우산이 전봇대에 부딪쳐 크게 망가진 것을 본 백씨는 동네주민인 강민아 시의원에게 민원을 제기해 한쪽으로 옮긴 일도 있다. 지난해의 일이었다.

방학을 앞둔 지난 7월, 여느때처럼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딸의 등교길을 배웅하던 백씨는 초등학교와 인접한 여중학교 급식소의 식자재를 운반하는 부식차가 비탈진 진입로에 시동을 켜 둔 채 식자재를 내리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차량 바퀴에는 어느곳에도 버팀목이 보이지 않았다. 

백인수씨는 진주에서 10년째 ‘수머신테크’ 라는 특수장비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특수장비나 환경장비를 위한 안전설비에 관해서는 전문가였던 백씨는 비탈에 세운 채 시동이 걸린 차의 ‘위험성’을 한눈에 알아봤다. 머릿 속에서 안전신호등의 빨간불이 켜진 백인수는 딸을 바래다주고 해당학교에 전화를 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바퀴에 버팀목 하나만 설치해도 크게 안전이 보장된다는 조언을 건넸다. 사실 해당 중학교 학생들은 부식차가 도착하기 전에 모두 등교를 마치는 터라 부식차의 운행과 학생안전을 크게 연관시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며칠뒤 살펴본 부식차 바퀴에는 벽돌이 하나 고여 있었다. 그는 동진초교와 나란히 있는 진명여중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벽돌을 바쳐 두는 것도 임시방편으로는 효과가 있으나, 버팀목은 바퀴의 구조를 고려해서 쉽게 굴러가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장비에 해당했다. 가격도 생각보다 싸다. 1만원짜리 부터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백인수씨가 행정실 담당자들을 만난 며칠 후 급식소 앞에 노란색 ‘차량주의 ’ 안내표지판과 함께 차량 버팀목이 설치됐다.

진명여중 행정실 담당자는 “민원 요청을 받고 학교 소모품비를 배정해 인터넷으로 버팀목을 구매해 비치했다”며 “안내 표지판은 따로 민원은 없었지만 안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같이 설치했다”고 말했다. 총 소요비용은 5만5000원. USB메모리 하나 정도 가격으로 인근 동진초등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등교안전을 위한 큰 몫을 한 셈이다. 진명여중 측은 길이 비탈져 있어 민원이 들어왔던 것 같다며 급식소 영양사들이 매일 아침 안전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 해결사 백인수씨에게는 또 하나 제안이 있었다. 비탈에 세워진 시동이 걸린 차가 위험해 보인다는 것은 조금 생각해보면 누구나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스쿨버스 같이 따로 주차구역이 없는 대형차들이 학교 운동장에 주차되어 있는 경우, 위험을 인식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백인수씨는 운동장 같이 평지에 주차된 대형차량도 버팀목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버팀목을 설치해두면 차량을 운행하기 앞서 버팀목을 제거하면서 차 주위를 한번 자연스럽게 둘러보고 눈으로 안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로 확인하는데는 사각지대가 분명 존재한다. 눈으로 차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는 일은 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특수장비 등의 수출입과 관련해 일본 출장이 잦은 백인수씨는 일본의 재난을 대비한 안전의식을 분명 본받을 만한 일이라 평가했다. 일본의 관공서 차량은 버팀목이 필수장비라는 것. 거기다 공사가 진행되면 안전관리협회의 안전전문가들이 현장관리를 위해 파견되는 일이 기본이라는 것이었다. 해외까지 갈 것도 없이 삼성 같은 대기업의 현장에는 버팀목이 없는 차량이 진입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우리나라도 군대나 소방서에서도 차량 버팀목은 필수다. 긴급출동을 대비하고 있는 소방차량에도 버팀목은 우선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백인수씨는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이 발생한다. 일본 복도식 아파트에는 유리외벽이 없다. 지진이 나면 유리가 떨어져 더 다치니까, 냉온방 효율은 떨어져도 안전이 우선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합리적인 안전감각이 필요하다”며 안전에 관해서 만큼은 조금 더 흥분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반응이었다. 

마침 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백인수씨는 ‘아빠라 그런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백인수씨는 “부모마음은 다 똑같은 것 아니겠나”며 “아직 2학년인 딸의 등교길 안전 생각하니 한번 더 나서게 되더라”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대형장비가 투입된 공사현장 등에서 실제로 목격한 사고도 많아 ‘안전’에 보다 민감해졌다는 백인수씨는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은 안전에 있어서만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학부모의 목소리’가 안전인식을 바꾸는 나비효과가 되기를 바란다는 평범한 시민의 안전에 대한 오지랖이었다.
김지원 기자

▲ 비탈진 길에 세워진 급식소 부식차랑에 안전민원을 제기한 백인수씨. 학교측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길 안전을 위해 버팀목과 안전표지판이 설치했다. 사진제공=백인수씨
▲ 부식차량 바퀴를 고정하기 위해 설치된 버팀목. 사진제공=백인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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