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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페이지] 소녀와 할머니 (4)남해 ‘평화의 소녀상’ 영화였다면 좋았을 아픈 역사
김지원 기자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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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1  22: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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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풀샷
남해소녀상
지난 7일, 방한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위한 청와대 국민만찬에는 특별한 초대손님이 있었다. ‘독도새우’ 메뉴와 함께 일본정부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이용수 할머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최근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1944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는 그때 일본군의 만행을 2007년 미국 하원 의회 공개청문회에서 김군자 할머니와 함께 증언했다. 미 하원의 HR121 결의안(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위한 피해자 증언이었다. 김군자 할머니는 올 7월 세상을 떠났다.

만찬식단에 오른 ‘독도새우’ 한 마리와, 특별한 손님 ‘위안부 피해자’는 한동안 이슈가 됐다. 메타포의 힘을 한껏 발휘한 정부의 수완이 돋보였다.

은유는 직유보다 효과적인 설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다룬 예술작품들에서 더 쉽게 공감과 분노,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다.

1995년 변영주 감독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를 발표했다. 이후 변 감독은 2, 3편 연작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한국영화계에서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다룬 영상작품이었다.

이후 일본 정부를 상대로 10년에 걸친 재판을 벌인 송신도 할머니를 조명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7), 피해자 정서운 할머니의 육성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2011),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권윤덕 작가를 다룬 영화 ‘그리고 싶은 것’(2012) 등 다큐멘터리, 장편 극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상작품 제작이 이어졌다.

2015년 작품 ‘눈길’은 TV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출연배우 김향기·김새론의 명연기로 화제가 됐고, 같은해 개봉한 ‘귀향’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올해 감독판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재개봉 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비극’의 장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작품 하나가 올 하반기 극장가에서 화제를 끌어냈다. 바로 이용수 할머니를 모델로 한 ‘아이 캔 스피크’다. 시종일관 코믹하고 밝은 스토리가 결국 ‘위안부 피해자 증언’이라는 결말에 도착했을 때 웃음 뒤의 감동은 관객들을 소요시켰다.

일본의 사죄, 배상, 한·일 위안부 합의의 부당함, 피해 할머니들의 별세 소식이 줄줄이 달려나올 수밖에 없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배상 문제는 복잡하고, 피하고 싶은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영화처럼 울고, 웃다 끝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오래 누적된, 한 많은 이야기다. ‘아이 캔 스피크’의 발랄한 접근이 새삼 반가운 이유다. ‘아이 캔 스피크’로 첫 발을 들였다면 더 궁금한 이야기는 이제 찾아보기 나름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곁의 기림비, 소녀상처럼.


 
소녀상-동백
동백꽃


‘동백을 든 숙이 할머니’ 남해 소녀상

남해군은 2015년 3월부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설치 사업을 시작해 그해 8월14일 제막했다. 남해군은 군비 4000만원을 들여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고, 설치 장소인 ‘숙이공원’ 정비에 2000만원을 별도로 투입했다. 관련 역사자료 제작비 3000만원을 군민 모금하기도 했다.

남해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김운성·김서경 작가 작품으로 거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처럼 서 있는 소녀상이다. 새를 들고 있던 거제 소녀상과 달리 남해 소녀상은 양손 가득 동백꽃을 한아름 안고 있다. 동백꽃은 남해지역 피해자 박숙이 할머니가 즐겨했던 꽃으로 공원 주변에도 동백나무가 심겨있다. 소녀상은 박숙이 할머니의 생애를 담고 있는 듯 하다. 바래질을 가다 일본군에 끌려간 박 할머니의 이야기를 반영해 빈 의자에는 호미를 담은 바래바구니가 놓여 있다.

남해 ‘평화의 소녀상’은 화전도서관과 종합사회복지관 인근, 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 조성된 소공원에 설치됐다. 소공원은 전국 명칭공모를 통해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으로 정했다.

한편 남해군에서 주최한 ‘평화의 소녀상’ 설치사업은 군 예산만 추진됐다. 지역시민사회의 모금활동을 통한 위안부 기림비 사업은 기금형성은 물론 역사 이슈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모금활동 없이 진행된 ‘평화의 소녀상’ 설치사업의 일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남해여성회 김정화 회장은 “성금 모금을 하지 않고 자치단체 단독으로 하는 지역은 드물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본의 사죄을 요구하며 ‘청초한 한 떨기 동백꽃으로 꼿꼿이 기다리 꾸마’ 라던 박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김서경 작가는 “박숙이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소녀상 아래에 묻어달라고 하셨다는데 그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김지원기자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소녀상바닥-헌시
소녀상 바닥에 새겨진 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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