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춘추
고려장 설화와 캥거루족이야기
황진혁(작가)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1.27  15:20:3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황진혁

‘고려장’은 고려시대에 늙은 부모를 산 채로 산 속 동굴에다 버렸다는 장례풍습을 뜻한다. 설화로도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다행히도 가짜다. 국교가 불교인데다가 유교사상 정치를 하면서 ‘효(孝)’를 중시했던 국가에서 이런 풍습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 현 시대에 와서는 고려장과 비슷한 일들이 좀 벌어지는 모양이다. 지난 추석에도 자녀들이 찾지 않는 노부부나 독거노인들의 이야기가 여러 언론 지면을 장식했던 것을 보니 말이다.

동세대만 해도 부모의 어떤 도움들을 받고 사는지 생각해보면 이 시대가 이대로 괜찮을지 걱정이다. 부모의 뒷바라지 덕택에 대학까지 마쳤는데, 취업준비생일 때도 부모의 지원을 받아가며 산다. 취직을 하고서도 마찬가지로 당장 원룸이라도 구할 돈이 없으니 역시 부모가 보증금을 마련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결혼도 부모의 도움으로 식을 올리고 신혼집을 장만하는데, 그렇게 자신이 받은 도움도 모자라 제 자녀까지 부모님께 돌봐달라고 하지 않던가.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있던데 이쯤하면 캥거루가 다 뭔가. 캥거루도 할머니가 손자까지 육아낭에다 키우는 법은 없으며 이렇게 긴 세월까지 부모님을 의존해서 자라지는 않는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녀들이 다 늙은 부모님은 모시지 않는다. 물론 핵가족문화가 자리 잡은 이 시대에 그게 어렵다손 치자. 그런데 자기네들 살기도 빠듯하다는 이유로 노부모의 생활비나 찾아갈 시간 따윈 안중에도 없으면서 해외여행은 꼭꼭 챙겨 가는 가족도 여럿 본 적 있다. 심지어는 노부모가 집 한 채라도 재산이 있으면 그것도 탐이 나, 자신이 부모님을 모실 테니 그 집을 달라는 자녀도 있다. 고려장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고려장이지만 설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가난한 농부가 늙은 부친을 지게에 지고 가서 산 속에 버리려는데, 동행한 아들이 그 지게를 다시 집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농부가 이유를 물어보니 “다음에 아버지가 늙으면 나도 지고 가서 버려야지요”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농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부친을 모시고 내려와 어려운 살림에서도 극진히 봉양했으며, 이후 고려에는 노인을 버리는 풍습이 사라졌다고 전한다.

이제 정말 추운 겨울이 온 모양이다. 조만간 부모님 계신 곳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은 어떤가. 내년이면 부모님은 한 살 더 드실 것이다. 당신은 한 살 더 어른이 돼 있을 테고 말이다. 올 겨울은 모두가 따뜻하기를 소망해본다.

황진혁(작가)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