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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도전] 최하나 교사의 시인 프로젝트감수성 터지는 사춘기 시인이 태어나는 교실
임명진  |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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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9  01: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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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토지의 고장인 하동군에 악양중학교에서 한다사중학교, 진교고등학교까지 시를 쓰는 아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말 그대로 전교생이 다 시인인 학교들이다. 시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악양중학교 최하나(39·여)국어교사는 아이들의 감수성을 키워주고 학창시절의 색다른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시집을 발간하겠다는 큰 결심을 했다.

“착하고 순박한 아이들이에요. 그런 아이들에게 학창시절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집 발간을 생각하게 된 거죠”

학교에는 조손가정과 다문화, 부모와 떨어져 사는 다양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있었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속마음이 시에 온전히 녹아 내렸다. 가족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친구와의 우정, 말 못할 고민, 그리고 아름다운 하동의 자연환경 등 다양한 시들이 눈길을 끌었다.

“시는 마음대로 적고 싶은 대로 적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어 생활지도에도 도움이 되고,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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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나 교사와 학생들. 왼쪽부터 이하진 학생, 최하나 교사, 임수빈 학생, 박은비 학생.


학교의 후원으로 최 교사가 제작한 ‘독서와 시’라는 노트는 아이들에게는 창작의 도구였다. 하얀 빈 여백이 아이들이 끄적이는 독서평과 시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정말로 혼자 보기 아까운 수준작들이 많았다. 그런 작품들을 모아 최 교사는 2014년 2월 악양중학교의 첫 시집을 발간했다.

시집이 발간되고 놀라운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각종 전국 문예대회에서 입상하는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독서토론과 시 쓰기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교육과 사물을 관찰하는 집중력에도 도움이 됐다.

다방면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자 최 교사도 힘을 냈다.

악양중학교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매년 시집을 발간했다. 처음에는 시를 쓴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고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한 뼘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무심코 지나치던 모든 순간이 시의 대상이 됐다. 시집 표지도 직접 디자인 하거나 제작부터 편집, 심의, 감수에 이르기까지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최 교사는 남해중학교, 한다사중학교를 거쳐 계속해서 시집을 발간했다.

지역에 따라 학생들의 시는 약간씩 그 분위기가 달랐다. 남해중학교는 바다의 색채와 강인한 면모가 부각되는 남성다운 시가, 한다사중학교는 섬진강과 지리산, 악양 들판 등 하동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순박함이 묻어났다.

올해부터 시작한 진교고등학교 근무는 새로웠다. 최 교사는 “학교 주변에 용이 승천하려고 한 설화가 전해지는 민다리 공원이 있고 여건이 너무 좋다. 시를 쓰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며 은근히 학교를 자랑했다.

실제 진교고등학교는 학생들과 교사가 선호하는 학교로 소문나 있다. 하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교에서 시집 발간은 만만치 않은 일.

최 교사는 “살짝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의 실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요. 현재 틈틈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내년 2월초에는 시집이 출간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기대이상이다. 진교고등학교는 최근에 하동에서 열린 전국대회인 제2회 남대우 백일장과 시낭송 대회에서 장원을 비롯한 주요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시낭송 분야에서 장원을 차지한 임수빈(2년·18) 학생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용기’라는 시를 낭송해 큰 박수를 받았다.

수빈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이후 기회가 없었는데 고등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갖게 돼 너무 기쁘고 시와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백일장에서 2위에 입상한 이하진(2년·18) 학생은 판문점의 우리말, ‘널문리’를 학생들의 시각에서 해석한 시로 주목을 받았다.

하진 학생은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대학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시낭송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박은비(2년·18) 학생은 “머릿속의 생각을 함축적인 시어로 전달하는 과정이 매력적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생각의 깊이도 더 깊어진 것 같다”고 했다.

진교고등학교는 내년 2월께 전교생이 참여하는 시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공영식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주변의 재능기부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최승용 3people(쓰리피플) 출판사 편집장과 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베를린 유학중인 송민선 작가의 도움이 컸다.

최 교사는 “벌써 횟수로 6년째 매년 학생들의 시집을 발간하고 있다. 학교의 지원과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로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학생들이 시를 통해 한걸음 더 성장해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임명진·박현영기자 sunpower@gnnews.co.kr



 

최하나 교사
최하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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