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 소장)
보호관찰관이 하는 일은 크게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 조사 등이 있는데, 수년 전에 필자가 조사담당관으로 일할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고자 한다.
참고로, 보호관찰소에서 하는 조사업무란 범죄자에 대하여 검사 또는 판사의 요청으로 보호관찰관이 범죄자의 인격 및 제반환경, 재범위험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구형 및 양형, 범죄자 처우의 기초자료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하루는 절도범죄를 저지른 한 소녀를 면담조사하게 되었다. 소녀와 그의 어머니를 처음 만나던 날, 낯선 분위기 탓인지 긴장과 경계의 눈빛으로 두 사람은 나의 질문에 짧은 답변으로 일관하며 좀처럼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조사 중에 소녀는 어렸을 때 부모 이혼으로 어머니의 보호아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래에 멋진 바리스타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룬 소녀가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커피를 선사하며 미소 짓는 모습을 잠깐 상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소녀에게 한 번의 실수는 누구든지 할 수 있으니 더 이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분명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 주었다. 올 때와는 다르게 서로 손을 꼭 잡고 보호관찰소를 나서는 모녀의 발걸음은 마치 푸른 희망으로 수놓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워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 나 혼자라고 생각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거울 속 ‘나’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고개를 돌려 옆을 봐…, 혹여나 네가 잘못될까봐 작은 실수라도 할까봐 걱정과 사랑으로 항상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지 않니?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힘내! 넌 혼자가 아니야.
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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