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17살 전우들, 이름 찾아내 비로 세워
그리운 17살 전우들, 이름 찾아내 비로 세워
  • 임명진
  • 승인 2019.06.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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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학도병 명비' 건립 앞장 선 학도의용병 출신 조재섭 씨

 

“며칠 전에 척추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올해 6·25일에는 진주 학도병 명비에 국화꽃 한송이도 갖다 놓을 수가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올해 86세의 조재섭씨는 진주농고 4학년, 17세의 나이에 6·25전쟁이 발발하자 자원해서 전쟁터에 나섰다. 북한군이 노도의 기세를 밀고 내려와 개전 나흘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이후 전선은 낙동강까지 밀렸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고 며칠 안돼 학교 선생님이 나라가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알려주셨지요. 그걸 듣고 이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나가서 구국전쟁을 해야 되겠다고 학생들이 들불처럼 일어났습니다.”

당시 진주의 명문학교로 이름 높은 진주농고(현 경남과기대), 진주고, 진주사범학교(현 진주교대) 등 3개 학교 학생 152명이 학도병에 자원했다. 부모의 반대에도 입대를 결행했다.

조씨는 “전쟁터에 가면 다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느 부모가 이제 겨우 17살 나이 먹은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고 싶었겠습니까. 그런데 다들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냐며 입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학생들은 당시 부산에 주둔하던 국군 5연대 연병장으로 이동해 3일간의 사격훈련을 받고 곧바로 전쟁터에 투입됐다. 전선의 상황은 참혹했다.

여기저기 전사한 아군과 적군의 시체가 즐비했다. 그 속에서 학도병들은 최전선에서 북한군과 싸웠다. 매일같이 어린 학도병들이 격렬한 전투속에 쓰러져 갔다.

조씨는 “처음에 겁을 먹었던 친구들도 친한 친구가 쓰러지면 눈이 확 돌아가는 거에요. 미친듯이 총을 잡고 싸웠습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나고 나니 다들 용맹한 군인이 되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낙동강 전투를 비롯해 포항 등 숱한 전투에 참가해 공을 세웠다. 하루 세끼를 주먹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밀려드는 적과 싸우고 또 싸웠다.

인천 상륙작전이 감행되고 서울이 수복된 1951년 2월 28일, 이승만 대통령은 ‘학도병이 나라를 구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도 좋다’는 복교령을 내렸다.

조씨는 “복교령이 내려졌지만 학도병은 전투일선 현장에서는 벗어났을지 몰라도 군대에서 여전히 미군과의 통역이나 병참관리 등의 중요임무를 계속 수행했다. 부대에서 학도병을 곧바로 제대시켜 줄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그는 ‘진주 6.25 참전 학도병 명비 건립’에 앞장서 왔다.

그는 “나이가 들어가니깐 자꾸 옛날 생각이 나고, 용맹하게 싸운 우리 전우들을 위한 기념비를 세워야 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도전이 시작됐다. 2012년 4월부터 학도병을 배출한 3개 학교를 찾아 당시 1950년 6월25일부터 대통령이 1951년 2월 복교령을 내린 그 사이에 군입대한 기록이 있는 학적부를 요청했다. 모두 152명의 학도병이 발견됐다.

6년 동안의 그의 기나긴 노력은 지난해 11월 ‘진주 6·25 참전 학도병 명비’가 건립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그는 “감회가 너무 새로웠지요. 이제 뭔가를 해냈구나는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데도 아쉬움은 남아 있다”고 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위령제도 올리고, 자라나는 청소녀들에게 나라사랑 교육과 학도병의 업적을 가르칠 수 있으면 좋은데, 쉽지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보훈단체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조씨는 “병원에 입원중이라서 금년 6·25때는 진주를 가지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늦어도 10월 안에는 위령제를 사비를 들여서라도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학도병 전우의 유해발굴도 국방부의 협조를 구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우리 학도병의 의기와 나라사랑을 많이 배우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널리 알려나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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