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율곡은 알아도 남명은 모른다
[창간특집] 율곡은 알아도 남명은 모른다
  • 백지영
  • 승인 2019.10.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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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 조식의 학문·사상 계승 양상 인식 조사
경남일보는 진주포럼·경남자치연구원, MBC경남과 공동으로 경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일반 시민과 전문학자를 상대로 남명 조식 선생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반 시민 대상 유효 답변 902개와 전문학자 답변 61개를 각각 분석한 내용이다.

※ 전국 국민 대상 조사

◇남명 인지도 저조=남명 조식에 대한 전국의 인지도는 동시대 유학자 율곡 이이, 퇴계 이황은 물론 화담 서경덕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효 답변 902개를 분석한 결과 남명을 아는 국민은 25.5%(230명)로 집계됐다. 비슷한 시기 활동한 유학자인 △율곡 이이(98.7%, 890명) △퇴계 이황(96.5%, 870명)은 물론 △화담 서경덕(31.9%, 288명)의 인지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함께 조사했던 조선 중기 유학자 5명 중 남명보다 낮은 인지도를 기록한 이는 △대곡 성운(4%, 36명)뿐이었다.

◇지역별 인지도 격차 커=거주지별 남명 인지도 편차도 컸다. 경남은 29.28%로 전국 평균(25.5%)보다는 높았으나 35.2%로 1위를 차지한 전북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서울(27.5%)과 부산(22.8%)이 뒤를 이었다. 대전·충남(18%), 경기(16.7%), 대구·경북(16.1%)은 하위권을 차지했다. 남명학파의 본산지인 경남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조사를 진행한 도내 7개 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지역군별 인지율을 보면 남명의 고향인 서부경남은 인지율이 36.2%로 높았지만 중부경남은 21.1%, 동부경남은 17.6%로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해 전북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학생은 더 몰라=조사를 학생과 성인 집단으로 나눠 살펴보면 100%에 육박하는 인지도를 보인 율곡·퇴계와 남명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학생과 성인 간 인지도 차이가 0.2~0.3%로 대동소이한 율곡·퇴계에 비해 남명은 그 격차가 컸다. 남명을 안다고 답한 성인은 38.8%인데 반해 학생은 13.7%에 불과했다. 조사를 진행한 진주포럼은 이처럼 낮은 학생들의 인지율은 현행 학교 교육과정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했다. 교과서 등에서 율곡·퇴계는 높은 비중으로 다뤄진 데 비해 남명은 소개될 기회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다” 적어=전국의 학생들에게 ‘각 유학자를 알게 된 경로’(복수 응답)를 조사한 결과 남명과 율곡·퇴계 모두 △학교 수업 △책 △인터넷 △방송 순으로 동일했으나 그 비중에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명을 아는 학생 중 그 경로를 학교 수업으로 꼽은 비율은 55.7%에 그쳐, 같은 이유로 △율곡(84.3%) △퇴계(82.2%)를 알게 됐다고 한 비율과 크게 차이 났다. 남명을 아는 성인 집단 역시 53.5%만 학교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고 꼽아 율곡·퇴계를 아는 성인 대조군(각 80.4%, 79.2%)보다 낮았다.

※조사는?

일반 시민 대상 조사는 경남 7개교(서부3, 중부1, 동부2), 부산 1개교, 서울 2개교, 경기 2개교, 충남 2개교, 전북 2개교, 경북 2개교 등 전국 18개 중·고등학교에 학생 1학급, 1학급 학부모 각각 30명을 표준으로 삼아 1080매의 설문지를 돌린 후 회수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 학생과 학부모는 각각 다른 반에서 선정됐다.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71명에게서 응답을 얻기도 했다. 배부 후 회수하는 방식 특성상 회수율은 78.9%(1151매 중 908매)로 높게 나타났다. 전문학자 대상 조사는 남명, 퇴계, 율곡, 대곡, 화담 등 조선 중기 유학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논문이나 책을 쓴 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61%의 설문지 회수율을 보였다.

회수된 설문지는 제25버전 SPSS 통계처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교차분석 등 기술통계 처리됐다.



[人터뷰] 김영기 진주포럼 상임대표(경남자치연구원 원장)

김영기 진주포럼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남명이 남긴 학문·사상·실천의 의미와 교훈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는 진주와 경남사람들이 먼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식 조사 추진 배경은.

▲남명은 ‘조선이 버린 천재’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수 세기 동안 배척된 인물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조선 유학자 그 누구보다도 새롭게 조명받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남명 연구물만 2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전문학자들이 학술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데 반해 일반 시민사회에 남명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전국의 국민들이 남명 조식을 아는가’, ‘어떻게 알게 됐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번에 진행하는 일반 시민 인식 조사를 ‘남명 조식의 학문·사상 계승 양상’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고, 전문 학자 조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그를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인식 조사 결과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국민들이 남명 조식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남도민도 마찬가지다. 서부경남권에서만 남명을 조금 기억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계기로 ‘지행합일’의 교훈을 안겨주는 남명을 우리 사회에 제대로 알리고, 그에 대한 오해·왜곡은 학자들의 연구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 나아가 ‘지역의 남명’이 아니라 ‘민족의 스승’으로서 본래의 자리에 남명을 되돌려 앉히는 일까지 해내야 한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김영기 진주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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