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보이스피싱,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릴까
[기고]보이스피싱,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릴까
  • 경남일보
  • 승인 2021.02.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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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위 (마산중부경찰서 지능수사팀 경위)
 

#김철수(가명)는 절박한 구직자이다. 그런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구인광고란을 뒤적거리다 특이한 광고를 봤다. ‘쉬운 일. 현금 수금 아르바이트. 회당 수수료 30만원’. 수금을 몇 번이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번씩만 하더라도 한 달에 900만원이다.

김철수는 홀린 듯이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을 수거하는 수거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대면편취) 사기에서 수거책이 생겨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콜센터)은 전화를 걸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이라고 하여 피해자를 속이고 속은 피해자에게 수거책을 보내어 돈을 수거하고 결국 해외계좌로 돈을 받는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피해금은 온데간데없고 돈을 잃은 피해자와 수거책만 남는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찾아보지만 해외에 숨어있어 현실적으로 검거가 쉽지 않다.

#이영희(가명)씨는 절박한 채무자이다. 생활비가 없어 4000만원 대출을 하고 매달 30만원의 빚을 갚으며 살고 있었지만 원래 있던 빚을 갚아주고 이율을 싸게, 더 많은 빚을 내주겠다는 소위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화에 혹하여 A은행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깔았다. 그러나 하루 뒤 은행업무가 정지될 거라는 금융감독원의 연락이 왔으며 대환대출은 불법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빚을 지고 있던 거래은행에서 은행업무가 정지되지 않으려면 빨리 채무를 상환해야한다고 한다. 그날 저녁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낸 이영희는 은행연합 수금담당직원에게 4000만원을 주었다. 하지만 믿기 어렵게도, 이것은 보이스피싱 사기였다.

범인의 말에 속아 설치했던 A은행 어플리케이션이 해킹툴(전화가로채기, 원격조종)이 되어 이영희가 진짜 금융감독원과 진짜 거래은행에 전화해도 전화가 연기자 역할을 하는 범인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공식적인 구인광고를 통해 쓰다 버릴 손발을 구하고, 가짜 어플리케이션으로 해킹을 해서 사람을 속이는 수법으로 인생의 밝은 일이 있다며 환한 종을 울려 모두를 속인다. 이 환한 종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고도의 현혹과 기술로 만들어진 종이라서 그 종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면 누구나 종에 홀릴 수 있다. 이제는 종을 직시하고 경종을 울릴 때가 됐다.

김양위 마산중부경찰서 지능수사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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