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4월, 거짓말
[경일춘추]4월, 거짓말
  • 경남일보
  • 승인 2022.04.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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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경 (진주송강식당 대표)
조재경


언 땅을 뚫고 파릇한 아기순이 돋아나는, 대지에 생기가 움트기 시작하는 4월, 잠시 잠깐 찾아와 남도에서 올라오는 봄기운을 시샘하는 추위조차 말머리에 꽃이 들어가는 아름다운 달, 어느 시인은 역설로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고 배고프던 옛 시절 보릿고개, 한 숨 지으며 넘어야 했던 진실로 잔인했던 달 4월

만우절 4월 1일 텔레비전. 19년 전, 홍콩배우 장국영에게 4월 이튿날의 찬란한 여명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국영은 영화 ‘아비정전’ 속 그인 ‘아비’가 말했듯 발 없는 새의 마지막 모습으로 우리 곁을 훨훨 떠났습니다. 이십 대 중반, 내 삶의 격동기에 맞닥뜨린 그의 죽음은 왜? 라는 묵직한 물음을 남기고 거짓말처럼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만우절 4월, 16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안산 단원고 아이들 325명을 태운 이 여객선은 부끄럽게도 뒤집힌 채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며 잔인토록 서서히 생명의 불꽃들을 짠물로 꺼트리며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앗아갔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닙니다.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고 슬퍼하고 기억할 뿐입니다.

만우절 4월, 하고도 어느 날 중국집. 식자재를 구하러 삼천포항으로 갈 때면 자주 들르는 중국집이 있습니다. 중식당에서는 당연히 짜장, 짬뽕을 먹으리라 생각하지만 생뚱맞게 만두만 먹고 나올 때가 있는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만두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가수 GOD의 ‘어머님께’라는 곡의 노랫말입니다. 구슬픈 멜로디와 맑은 청년 다섯 중창에 진중함과 설득력이 가슴을 울려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어머니는 거짓말을 했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그 거짓말이 참말이길 간절히 바라며 젓가락질을 했을까요.

사는 게 바빠 4월의 하늘을 아직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했습니다. 마스크라는 가면을 쓴 채 서로의 습기 찬 눈동자만 바라보는 시간 동안 각박해진 하루살이가 한 몫 했겠지만 그럼에도 파란 하늘 아래 살아 있으므로 아직 희망을 봅니다.

4월의 놀이터. 술래가 된 주방장이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술래의 주문을 외칩니다. 제가 주문을 외는 동안 친구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제 등 뒤로 다가와 등을 때리고 도망가야 이기는 놀이입니다.

4월에는 거짓말 같은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술래가 외칩니다.거짓말꽃이 피었습니다. 거짓말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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