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제황산 참사 위령비, 창원대박물관으로 이전
진해 제황산 참사 위령비, 창원대박물관으로 이전
  • 이은수
  • 승인 2022.12.13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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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일제시대 진해 대화재(대참사) 관련, 진해구청 지하에 오랜 기간 놓여 있던 107명 위령비(백칠령공양지탑:百七靈供養之塔)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으로 옮겨진다.(경남일보 8일자 5면 보도)

창원시 문화제관리팀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진해구청에 보관돼 있던 ‘107령공양지탑 위령비’를 비롯한 4개 유물을 14일 문화재 조사기관이 창원대학교 박물관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경남일보 보도와 관련, 진해구는 지하 창고(진해시 당시수장고)에 위령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창원시에 이관을 요청했다.

위령비는 영화감상회(일본 육군의 영웅 노기 장군의 사적을 그린 영화)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일제는 러일전쟁 승전을 기념하며 진해 제황산 정상을 깎아 기념탑을 세웠다. 연장선상에서 러일전쟁 시 봉천회(1905년 3월 10일)의 25주년을 맞아 1930년 3월 10일 일본 육군기념일에 진해요새사령부의 가설영화관(목조건물)에서 어린이 대상 전쟁영화를 상영했는데, 갑작스런 화재로 107명이 불에 타 죽었다. 특히 이 가운데 조선인은 밀양 출신의 박순이(朴順伊) 1명이 사망했다. 당시 일본의 대판매일신문에 기사화 될 정도 엄청난 사건이었다. 대화재로 진해명물 진해콩을 만들던 아이카와(相川) 가(家)는 3명의 자식과 자식 도우미(보모)였던 박순이를 잃었다. 이후 진해콩 사장은 사업권을 한국인에게 넘기고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3월 14일 진해 심상 고등 소학교의 교정에서는 합동 장례식을 마련했으며, 그 화재사건 참사 일주년 위령제가 덕환사에서 열렸는데 이 때 공양비가 건립됐다. 박순이를 비롯한 107명 사망자 명단은 대석에 적혀있다.

1930년대 초반, 화재로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탑이 만들어졌으며, 훼손이 심한 채 천리교 경내에 있던 것을 진해시에서 요청해 수장고로 옮긴 것이다. 이에 대해 계속 지하에 둘 것이 아니라 적당한 장소를 찾아 보관하고, 일본의 악행 등 역사적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무용 창원시 전 교육법무담당관은 “세월의 부침속에 탑의 기단만 남아 절 모퉁이에 있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석비의 망실·훼손 우려가 있어 진해시가 인수해 보관·관리했다”며 “역사교육의 모멘텀(동력)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 만큼 수장하게 됐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역사적 사실을 간직한 유물이 빛을 보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창원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일본 영웅이 쓴 친필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면서도 “역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위해선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2008년 107령 공양지탑 이전 모습. 대석에 박순이 등 사망자 이름이 적혀있다.

 
107령 공양지탑(百七靈 供養之塔). 화재사건 사망자 이름은 대석에 적혀 있다.
107령 공양지탑(百七靈 供養之塔). 화재사건 사망자 이름은 대석에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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