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핵 사용’ 안 돼…핵 내려놔야”
“다시는 ‘핵 사용’ 안 돼…핵 내려놔야”
  • 정웅교
  • 승인 2023.05.21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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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기시다 총리 한국인 원폭위령비 참배
이용수씨 등 피폭자들 합천서 생존…후유증 여전
“당시 기억 생생…78년 만에 한일 정상 참배 환영”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앞으로 핵을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기시다 일본 총리와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배한 가운데 당시 히로시마 현장에서 피폭된 합천 거주 피폭 관련자들의 증언을 들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심진태(81·남)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지부장은 경남일보와 통화에서 1945년 8월 6일 일어난 피폭 상황과 후유증에 대해 언급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피폭 당시 18살이었던 이용수(92·여) 씨는 당시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전찻길 바로 옆에 위치한 직장(저금국=우체국)에 8시께 도착했고, 창가 쪽에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5분께 원폭이 터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원폭이 터진 후 직장 옆에 자리한 방호구에는 지역민으로 가득 차 들어갈 수도 없어 살길이 막막했었던 이 씨는 전찻길을 따라 하염없이 뛰고를 반복했다. 이 씨는 “강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전찻길을 힘껏 달리다 보니 검은 비가 내렸고, 히로시마에는 화재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기억했다. ‘검은 비’는 원폭 이후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낙진 비를 말한다.

강가에 도착해 이 씨가 목격한 광경은 한국·일본인 할 것 없이 많은 피폭자들이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저처럼 피신하다 유리 파편이 다리에 박혀 피를 흘리는 사람들과, 검은 비를 맞아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일본군(자위대)이 피폭자들을 큰 보트에 태워 한 섬으로 데려가서 치료하고 생활 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후 건설회사와 대학에 다니던 오빠 2명, 부모와 함께 그 해 11월에 한국에 들어온 이 씨는 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는 “그 때 이후로 제 발로 걷기도 힘들다. 발을 대신할 장비가 없으면 움직이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 씨를 제외하고도 합천에 거주하고 있는 원폭 생존자 380여 명이 유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심진태(81·남)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지부장은 “원폭 발생 이후 생존자 1850여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합천에 380여 명이 있다. 이들 대부분 피부병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했다.

심 지부장과 이 씨는 ‘핵’을 다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병이 들고, 사망하는 등 2차~3차 피해를 민간인들이 입고 있다. 앞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들이 스스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며, 핵을 사용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것을 두고서는 반가움을 표했다. 심 지부장은 “78년 만에 처음 참배해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심 지부장은 아쉬움도 표했다. 경남 지역을 비롯해 14명의 피폭자들이 일본에 건너갔지만, 한일 정상과 함께 참배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 지부장은 “함께 참여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한 자리였다. 위령비만 바라보며 참배를 하고 돌아와 국가에 서운하다”며 “대부분 연령이 높아 이런 자리에 다시는 참여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일 교류 관계가 빨리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심 지부장은 “국가 간 관계 회복은 어느 나라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하루 빨리 이뤄져 한일 정상이 함께 참배하는 자리가 또 만들어지고, 피폭자들도 그 자리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를 3만명으로 추산했으며, 위령비에는 사망자가 2만명으로 기록돼 있다.

정웅교수습기자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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