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2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5.2(목)5.1(수)4.30(화)4.29(월)4.26(금)4.25(목)4.24(수) [강재남의 포엠산책] 배가 고파요(박소란) 배가 고파요 (박소란 시인)삼양동 시절 내내 삼계탕집 인부로 지낸 어머니아궁이 불길처럼 뜨겁던 어느 여름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까무룩 꺼져가는 숨을 가누며 남긴마지막 말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그 후로 종종 아무 삼계탕집에 앉아 끼니를 맞을 때펄펄한 뚝배기 안을 들여다볼 때면오오 어머니거기서 무얼 하세요 도대체자그마한 몸에 웬 얄궂은 것들을 그리도 가득 싣고서눈빛도 표정도 없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느른히 익은 살점은 마냥 먹음직스러워대책 없이 나는 살이 오를 듯한데 어찌 된 일인가요삼키고 또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19-07-14 15:11 [주강홍의 경일시단]떨림에 대하여(최기순 시인) 새 한 마리 날아간 자리에 파르르 진동이 인다그것은 슬픔에 대처하는 나무의 표현법미세하게 오래 손끝을 떠는 방식으로 상황을 견딘다는 점에서나와 나무의 유전자는 유사하다나무는 그 진동에 기대어 얼마나 많은 새들을 날려 보내는지가까스로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깊은 수맥 쪽으로 발을 뻗는지오랜 떨림 끝에 돌아와 수돗물을 틀고 손을 씻는 나는거뭇한 나뭇가지들의 아침을 이해한다이해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다리를 끌며 몇 발짝 옮겨가는 사람을머뭇거리다가 앞질러 가듯아직 떨고 있는 나무를 스쳐 지나간다매 순간을 가누려 소진되는 목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19-07-07 17:53 [강재남의 포엠산책] 첩실기(고경숙) 첩실기/고경숙식구면서 가족이 아닌 동거가 시작됐다음습한 곳에 난 종기처럼주인영감은 아무도 없는 한밤중에만그녀를 풀어보았다침목처럼 누워 바라보는 별빛이흔들흔들 화물차 몇 량을 보내고식구면서 가족이 아닌 아이가 태어났다조용히 숨죽이는 호흡 아래철로에서 몇 차례 넋을 잃었다바람에 동승하고 싶었다슬찌끼미 같은 안채의 내방이그 집에서 그녀가 해야 할 일과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명확하게 선 긋고 가는 밤이면감나무 이파리도 후둑거리며등짝을 쳤다서러운 너머의 것들은 모두가 한통속이다식구면서 가족이 아닌 아이가분 젖통을 찾아 그녀를 풀던 새벽녘,영감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19-06-30 16:11 [주강홍의 경일시단]부지깽이(최정란) 아궁이에 몸을 넣어 불을 뒤집는다아직 불붙지 않은 나무들과이미 불붙은 나무들 한 몸이 되도록멀리 있는 가지들 가까이 옮기고바싹 가까운 가지들 틈을 벌린다공기가 들어갈 틈이 불의 숨길이다활활 타오르기 위해서는 너무 멀어도너무 가까워도 안 된다한 부분은 교차하듯 밀착되게나머지 부분들은 엇갈리게 잡목과장작에 다리와 각을 만들어준다불꽃의 절정이 각을 무너뜨리면불이 옮겨 붙은 나는 점점 짧아지고더 이상 불을 뒤집을 수 없을 만큼길이가 짧아지면 불 속으로 몸을 던진다영원으로 날아오르는 불새 아니어도인생의 질량만큼 불살랐으니 후회 없다-----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19-06-09 15:15 [강재남의 포엠산책] 찔레꽃(송찬호) 찔레꽃 /송찬호그해 봄 결혼식 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 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 경일시단 | 경남일보 | 2019-06-02 16:21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1112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