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7,50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지난기사검색] 전체2.27(월)2.24(금)2.23(목)2.22(수)2.21(화)2.20(월) 오늘의 저편 <28>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형식은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그래도 인사는 챙겼다. “한잔 했으면 조용히 집에 가서 쉬어야지 예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그러면 되겠느냐?” 놈이 어른은 알아본다고 판단한 여주댁은 별안간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타일렀다. “민숙 씨는 제 색시예요. 돌려주세요. 제발요, 아주머니 예?” 형식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사정했다. “어디서 감히 남의 새아기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려?” “누난 여기 있으면 안 돼요.” “당장 돌아가, 당장!” 여주댁은 몸을 돌렸다. “누나가 불행해지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어요.” 형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30 오늘의 저편 <27> “이거 놔요. 이 아주머니가 물장사하는 년 건성을 모르는 모양인데 맛을 보여드려야겠어요.” 동숙은 여주댁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냈다. 오나가나 사람대접 못 받고 사는 신세가 아니던가? 분풀이라도 실컷 해보겠다는 투였다. “어른한테 그러는 법이 아니다.” 여주댁은 동숙의 손목을 붙잡으며 눈을 부릅떴다. “나 참,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래, 그래, 미친개한테 물린 셈 치자.” 동숙은 화성댁의 안면에다 눈을 딱 들이대고 말하곤 몸을 돌렸다. “뭐? 미친개! 그래 나 미쳤다. 딸년 하나 있는 거 문둥이자식하고 놀아먹는 판에 미치지 않을 년이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9 오늘의 저편 <26> 여주댁과 동숙은 입을 꾹 다물고는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빨리 갑시다.” 동숙은 걷는 것이 영 시원찮은 어머니를 부축하기 위해 팔을 잡으려 했다. “일없다.” 여주댁은 딸의 손을 홱 뿌리쳤다. 딸이 미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풀려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불쌍한 년!’ 여주댁은 물기 도는 눈시울을 꾹꾹 눌렀다. “곧 해가 질 거예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지지대고개를 넘어야 했다. 학동까지는 다니는 차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해가 지면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히기 십상이었다. “흥, 해가 없어진들 어떠냐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9 오늘의 저편 <25> ‘네놈 아랫도리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닌데 어쩌겠니?’ 빤히 다 보이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체, “다께 상은 위로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리고 혹시 진석이 모친인가 여주댁인가 하는 사람 여기 있나요?”상대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본론을 말했다. “뭐? 진석이 놈 모, 아니 어미 년?” 다께는 정신이 번쩍 든다는 낯빛으로 동숙을 노려보았다. 비로소 그녀의 속셈을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예. 술장사 한다고 딸자식을 사람취급도 안 해 주지만 죽기 전에 잘난 그 모습을 한 번 뵈어야겠기에.” “아, 그러 연재소설 | 이해선 | 2012-03-29 15:28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371372373374375376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