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재현이 주는 착시의 사물
탈재현이 주는 착시의 사물
  • 강민중
  • 승인 2012.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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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개인전…15~19일 도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
수채화가 박태식 작가의 작업실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빨판이 달린 낙지나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을 그려놓는 줄 알았다.

아니면 해파리나 불가사리 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해에 사는 기희한 생물이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왠 걸, 모든 작품의 제목이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그러고 보니 촉수로 보였던 그 동그란 무언가가 모두 물방울이라는 것이 이내 알게됐다. 꽃잎에 영글은 물방울을 과하게 많이 표현해 마치 다른 생물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박태식 작가가 의도한 탈재현이다.

12일 오후 진주 신안동 소재 작업실에서 만난 박태식 작가는 진주와 서울에서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진주에서는 7년만에 여는 개인전인 만큼 더욱 신경이 쓰이는 듯 했다.

“원래 다른지역에서 전시보다 제가 사는 고향에서의 개인전이 더 신경쓰이죠. 정말로 적나라한 평가를 얻을 수 있으니까 기대반 걱정 반 입니다.”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경남도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진주전시회가 끝나면 내달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유나이티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이들 전시회에는 그의 작품 50여점이 전시되는데 2m를 훌쩍 넘기는 대작들도 선보인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선보이는 작품들은 언뜻 보면 연체동물을 연상시키지만 주소재는 꽃들로 이뤄져 있다.

담백한 수채화 물감으로 꼼꼼하게 그려진 꽃의 재현성과 과도한 물방울의 탈재현성을 통해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꽃이라는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소재를 재현하고 있지만 물방울이라는 다른 소재를 통해 탈재현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는 회화 언어예요. 기존에 많이 봐왔던 소재를 전혀 새롭게 변주함으로써 생명성에 관한 새로운 미감을 창출하려 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꽃을 세필로 섬세하게 극 사실적 묘사를 하면서도 상상을 통해 과도한 물방울을 그려넣어 본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생명을 탄생시켰다.

또 꽃 중에서도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꽃잎이 많은 실국화를 주 소재로 하고 있다.

“실국화는 수많은 잎들에 물방울이 맺혀 정말 연체동물의 촉수와도 같은 효과를 줍니다. 최근에는 소재의 다양성을 위해 장미나 튤립, 사과를 소재로 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어요. 이 들 작품 역시 실국화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생명의 탄생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꽃이 작가의 손을 거쳐 어떻게 전혀 다른 생명으로 재탄생하는지 그 비밀의 정답은 작품 속에 있다. 진주전시 오픈 15일 오후 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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