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과 안익태
윤이상과 안익태
  • 경남일보
  • 승인 201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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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아방가르드 음악의 거두로, 민족음악의 거장으로,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서양적인 음악 기법으로 세계에 알린 유일한 한국인으로, 세계적인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 윤이상!

 그런 그의 실체가 1992년에 오길남 간첩사건으로 우연히 밝혀졌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통영의 딸’을 살리자는 운동의 중심에 서서 북한의 애국자 윤이상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다시 살아 나오고 있다. 아내와 딸을 북한의 요덕수용소에 두고 나온 오길남 박사의 그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무엇인가에 난자당한 듯한 얼굴을 보면서 오박사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윤이상이라는 사실에 접하고 보면 누구인들 치를 떨지 않고 배길 사람이 있겠는가?

음악을 통해 평화를 추구한다는 윤이상의 삶의 이면에는 철저한 위장과 계산된 위선으로 포장한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어도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예술에는 국경이 없어도 예술인에게는 조국이 있다.” 윤이상에게는 음악은 있어도 조국은 없었다는 것인가?

 이런 점에서는 쇼팽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에서 생활하면서도 조국 폴란드가 러시아에 의해 침탈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모든 작품활동을 접고 방황했던 이력에 있어서나 자신의 무덤을 사랑하는 조국 폴란드 흙으로 덮어달라고 유언한 그의 애국심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처럼 음악인에게도 조국은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종교인에게도 조국이 있는데 하물며 음악인이라고 왜 조국이 없겠는가?

 윤이상은 대한민국 통영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대한민국에서 음악선생을 하다가 대한민국의 여권으로 독일유학을 간 사람이 어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는 그의 조국 대한민국을 철저하게 배신한 북한의 애국자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안익태 선생을 보자. 그도 윤이상과 마찬가지로 한국 평양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 국민이었다. 일본의 구니다찌 음악학교와 미국필라델피아의 신시내티음악학교를 졸업한 이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G. Strauss)로부터 사사를 받고 세계 각국의 200여 교향악단을 지휘한 세계적인 지휘자요 작곡가로 명성을 날린 음악인이었다. 윤이상은 한국인끼리 결혼하여 한국에서 살다가 독일로 유학을 갔으나 안익태는 스페인 여자와 결혼하여 스페인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러기에 그는 코리아 판타지(Korea Fantasy)를 작곡함으로써 비로소 애국가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스코틀랜드의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에 가사를 붙여 ‘동해수와 백두산’을 불렀다고 한다.

 애국가에 이어 그는 애국선열 추도곡 ‘애(哀)’와 ‘강상의 의기, 논개’도 작곡한 조국사랑이 넘치는 음악인이었다. 스승 슈트라우스의 요청에 못 이겨 일제가 세운 만주국 건국 1주년에 맞춰 축하 기념곡을 작곡하고 이를 지휘한 것은 일생일대의 오점으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가지고 조국을 배반한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일평생을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어느 해에 일본 NHK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지휘봉을 잡고 ‘코리아판타지’를 연주했을 때에는 일본인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 우리말로 따라 부르게 했다는 일화를 들으면서 그의 애국심이 얼마나 대단했나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지 않는 경우에는 몇 번이고 다시 부르게 하는 열정을 지닌 지휘자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안익태와 윤이상을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비교해 보아야 할 것인가? 동족을 향해 탱크로 대포로 총칼로 무자비하게 짓밟은 침략세력의 앞잡이노릇으로 북한의 애국자가 되어 영웅칭호를 받은 윤이상!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고향사람 오길남 박사 가족을 지구상 최대의 독재정권의 제물로 바치고 남북을 오가며 살았던 윤이상! 예술인이라는 한가지 이유로 그를 추모하고 기념하는 것이 과연 가당이나 할법한 일인가? 북한보다 더한 열정으로 우리마저 그런 그를 맹목적으로 기리는 다양한 추모행사를 한다면 우리의 존재의의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윤이상을 추모하는 행사보다 ‘통영의 딸’을 구출하는 행사에 온 국민이 앞장 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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