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희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
이런 중요한 업무를 맡아 추진해 나가다 보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의 ‘관계’가 참 어렵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학교라는 사회는 80% 이상이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등, 특히 이렇게 큰 행사를 준비하다보면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업무의 양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얼마나 그 관계를 위한 고민과 훈련을 했을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서른 즈음, 경험 없고 철없을 나이에 보고회 업무를 맡아 추진했을 때가 참으로 부끄럽다. 관계에 대한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내 말투와 행동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대한 적절치 못한 반응이 직장동료들을 많이 불편하게 했을 것 같다.
친정어머니께서는 “사람은 말이다. 기분 나빠서 죽지, 일이 많아서 죽지는 않는단다. 아무리 고된 일이 있어도 마음만 맞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더라”라는 말씀을 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다. 관계에 대한 훈련이라는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귀중한 삶의 방식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비법을 내게 전수해 주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보고회를 준비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정호승 님이 쓰신 책의 구절을 되뇌며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한마디,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한마디, 행복을 전하는 한마디를 보고회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매일매일 해 주어야지’하고. 그랬더니 모두 함께 행복하게 보고회를 준비했고 무사히 마쳤다.
그 날 오신 손님들이 그랬다.
“이 학교는 왜 이리 예쁜 선생님들이 많습니까?”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