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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제 찬바람 속 '당당한 행진' 꿈꾸다<경남축구열전> 경남FC 최진한 감독(下)
임명진  |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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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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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남FC의 다음 과제는 내년 시즌이다. 스플릿 시스템의 시행으로 내년에도 강등 팀이 생겨난다. 시도민 구단으로서는 강등은 치명적이다.

아쉽게도 2부리그로 강등된 팀을 우호적으로 바라볼 정도로 우리의 축구 문화는 그리 성숙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진한(51)감독의 시선도 벌써 내년 시즌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이미 그는 상위리그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 내년 시즌을 위한 포석으로 신인 유망주를 꾸준히 경기에 출전시켰다. 그런 그의 내년 시즌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지도자의 길 걷다.

현역에서 은퇴한 최 감독은 곧바로 관동대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으며 축구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원래 모교인 명지대 축구부 코치로 갈 예정이었는데, 관동대 감독으로 바로 부임했다.

현역은퇴 선수가 곧바로 대학팀 감독을 맡는 것은 지금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것도 현역에서 빨리 은퇴하길 기다렸다는 듯이 영입한 사례는 아무리 명지대와 관동대가 같은 재단 이라고는 하지만 파격적이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하다.

“모교인 명지대서 제 은사님이셨던 백영철 교수님이 마침 관동대 총장으로 가 계셨어요. 제 경기를 일부러 보러 오실 정도로 저를 많이 아껴주셨는데 마침 제가 은퇴 기로에 서 있을 때, 정상에 있을 때 빨리 은퇴하라고 저를 재촉을 하시는 거에요. 제가 기량이 떨어져서 은퇴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는 거에요. 사실 그 분 때문에 제가 2, 3년 일찍 은퇴를 결심한 거에요. 하하”

최 감독은 6년 동안 관동대 감독을 맡았다. 그사이 관동대는 대학 축구의 정상의 자리에 섰다. 그리고 1999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코치라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들어왔다. 축구 올림픽 대표팀 코치는 전임제라서 사직서를 내려고 하는 그에게 학교에서 딴지(?)를 걸었다.

사직서를 쓰지 말고 휴직을 하라는 거였다.

“총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올림픽 끝나고 나면 어쩔 거냐. 다시 돌아오라고 하셨어요. 정말 저한테는 은인 같으신 분이시죠. 저의 지도자의 길을 열어 주셨고, 저에게 너무 과분한 사랑을 주신 분이세요”

그렇게 최 감독을 유난히 아끼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 그게 저도 궁금해서 한번 여쭤 보았는 데요. 하시는 말씀이 ‘사람이 참 됐어’ 이 말씀만 하세요(웃음)”

◇2002년 히딩크와의 추억

최 감독은 별명이 하나 붙어 있다. 공부하는 감독이다. 어디서든 그는 볼펜과 수첩을 대동한다. 작전 구상이 생각나면 틈틈히 메모를 한다. 훈련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팀을 맡은 지 2년 만에 팀을 완벽하게 리빌딩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메모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그의 메모 습관에 얽힌 일화 한 가지.

“2002한일 월드컵 당시에 히딩크 감독을 쫓아 다니면서 메모를 주구창창 해대니 저를 오해를 하더라구요. 혹 축협이 자기를 감시하라고 보낸 스파이가 아니냐고요. 그래서 아니다. 나중에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참고하려고 그런 거다고 사정을 이야기 하니 그제서야 오해를 풀더라고요. 맘놓고 메모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하하”

부연 설명을 하자면, 당시 최진한 감독은 2002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너로 히딩크 사단에 합류했다.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거기에도 사연이 있다. 그는 2001년 9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올림픽 대표팀 코치로 임명됐다.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한 박항서, 정해성 코치에 비해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축협의 판단 아래 올림픽팀 코치를 맡게 된 것이다. 올림픽팀 감독도 히딩크 감독이 맡았다.

자연스럽게 히딩크 감독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월드컵 대표팀의 훈련 방식을 목격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고민 끝에 최 감독은 그 길로 히딩크 감독의 숙소로 통역사를 대동하고 찾아갔다고 했다. 뜬금없는 갑작스런 방문에 히딩크 감독이 당황했을 법 하다.

“무조건 찾아가서 당신한테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하하. 나름 긴장해서 혹시 거절하면 어쩔까 어렵사리 말을 꺼냈는데 단번에 OK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국에서 그런 말을 꺼낸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는 거에요. 분명 나처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죠”

최 감독은 트레이너라는 직함으로 2002월드컵 한국국가대표팀에 전격 합류했다.

곁에서 지켜본 히딩크 감독은 어땠을까.

“저의 지도자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어요. 아니 히딩크 감독 때문에 제가 감독의 길을 아직도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 사람이 가진 축구 철학, 지도 방식이 저에게는 너무 색달랐어요.”

한 가지만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의 정서로 보면 감독이 모든 걸 다하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정작 감독은 중요한 것은 못해요. 히딩크 감독은 파트별로 역할을 딱 분담을 해요. 그러면서 자기는 컨트롤만 하는 거에요. 그 시각에 선수를 파악하고 전략 전술을 구상해요. 파트별 책임제라고 할까요. 코칭스텝을 다 전문화 시키니 효율성이 높아질 수 밖에요.”

그렇게 대표팀에 합류한 최 감독의 2002년은 그에게 축구인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감격과 환희를 안겨다 주었다.

◇내년 시즌은 “끝까지 가 보겠다”

꿈만 같았던 월드컵이 끝나고 최 감독은 신생팀인 대구FC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1년 있다가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귀국해서는 전남드래곤즈 코치로 1년을 보냈다. 그리고 FC서울의 유소년 축구팀인 서울 동북고를 맡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FC서울의 2군 감독으로 또다시 우승의 기쁨을 맛 봤다. 그리고 경남FC의 제3대 감독 공모에 신청, 2011년부터 제3대 감독으로 경남FC를 이끌고 있다.

최 감독은 미드필더 출신 답게 빠른 패스를 통한 아기자기한 축구를 많이 강조한다. 선수들한테는 어떨 때는 엄격하게 어떨 때는 격의없이 다가서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정직이다.

최 감독이 이끈 경남FC는 올 해 K리그의 16개 구단 가운데서도 가장 효율성이 높은 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도민 구단으로 궁핍한 재정이지만 성적은 중상위권을 기록하니 타 구단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감독 입장에서는 이런 고충도 또 없다. 이미 경남FC는 2군을 폐지하기로 했다. “우린 현실적으로 도민구단이기 때문에 돈을 적게 들여서 가능성 있는 선수를 키워야 하는데, 아무래도 재정난때문에 유망주를 뽑기가 한층 어려워 졌습니다. 선수단도 줄여야 하고, 이래저래 내년은 훨씬 더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네요. 내년은 무조건 1부리그 잔류를 해야 합니다.”

좋은 유망주를 발굴해서 키워내는 것은 지도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욕심이다. 지도자로서 단순한 성적 이상의 선수를 보는 안목과 육성시키는 능력이 한꺼번에 입증되기 때문이다.

“강등제가 도입되면서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워졌어요. 그럴 여유가 없단 말이죠.”

여유가 없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시·도민 구단 가운데 과연 2부리그로 강등되고 제대로 팀이 운영될 만한 곳이 얼마나 되겠어요. 감독 입장에서는 강등을 면하는 게 지상최대의 목표나 진배 없는 거죠”

그 말인즉슨, 강등 팀의 경우 존폐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는 매 경기 베스트 선수를 내 보낼 수 밖에 없고, 유망주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스플릿 시스템의 어두운 단면이다. 하긴 올 시즌 K리그는 눈에 띄는 신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선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기 자체를 출전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아마도 이런 흐름은 내년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최 감독은 윤일록, 이재명, 최영준, 윤신영 등의 유망주를 주전급 선수로 키워냈다.

최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는다. “1차 목표는 1부리그 잔류에요. 그 이상의 것은 끝까지 가봐야 하겠죠.”

올 시즌 벼랑 끝에 몰린 경남FC를 이끌고 상위리그 진출과 FA컵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최 감독, 내년 시즌에도 K리그 발 경남돌풍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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