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용 영호남 비연보존회장
영호남보존회는 국내에서 가장 큰 연날리기 단체다. 15년 전 이 단체를 만들고 초대 회장이었던 그는 지난해 다시 회장직을 맡았다. 이 회장은 국내 연날리기계에 전설적인 인물이다. 휴대폰 주소록에는 거의 모든 연날리기 관계자들이 있을 만큼 마당발이기도 하다. 초등학교부터 연과 인연을 맞은 그는 27세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실력도 출중해 대회란 대회는 모두 휩쓸었다. 21년 전 경남, 부산, 대구지역 보존회를 모아 영남비연보존회를 만들었다. 이후 호남보존회와 인연이 돼 영호남보존회를 탄생시켰다. 전국 회원수 300여명 가운데 절반이 영호남 회원일 만큼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 회장은 “연날리기에 지역감정 같은건 없다”며 “매년 영호남 지역을 돌며 행사를 갖는데 만나면 서로 반갑게 맞이하고 형제처럼 지낸다”고 돈독한 우애를 자랑한다.
연날리기 행사의 백미인 연줄끊기는 지략과 기술이 있는 스포츠다. 밑에서 공격하는 ‘감아치기’, 위에서 밑으로 줄을 치는 ‘펑치기’, 옆에서 대각선으로 공격하는 ‘빗치기’ 등 기술만 수십가지다. “공격술과 방어술을 겨루는 연줄끊기는 스릴이 넘칩니다. 상대방 줄을 끊는 짜릿한 손맛은 그야말로 최고죠.” 이 회장은 한때 현역시절 그리스, 프랑스, 인도, 중국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날렸다. “연줄끊기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입니다. 국내에만 있던 것을 일본사람들이 보급하면서 세계대회서도 열게 됐어요. 예전엔 일본 것으로 알고 있어 우리가 일일이 설명해 주기도 했죠. 지금은 실력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한국이 강국입니다.”
우리나라 연날리기의 자랑은 더 있다. 싸움에 탁월한 명주실과 바람을 쉽게 타는 한지로 만든 연은 비교를 불허하는 최강 스펙이다. 나일론 줄을 쓰던 외국에서 이젠 명주실을 가져다 쓸 정도로 인정받는다. 금강석을 먹인 명주실은 그 몇 배가 되는 줄도 끊을만큼 날카롭다. 연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게하는 ‘얼레’ 역시 우리나라의 전매특허다. 과거 외국인들이 탐을 내 세계대회에서 우승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우리 연이 세계에서 인정받지만 국내서는 사라지고 있어 이 회장은 씁쓸하다. “세계 어딜 내놔도 자랑스러운 우리 연이 정작 국내에서는 명맥이 끊어져 가는 것 같아 아쉽죠. 우리 전통 놀이가 보급되고 보전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신경을 많이 써 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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