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 위해서라면, DMZ 빼고는 다갑니다"
"측량 위해서라면, DMZ 빼고는 다갑니다"
  • 이은수
  • 승인 2013.03.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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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공사 함안지사 강정구 팀장
7일 오전 함안군 칠원면 오곡리의 한 농촌마을에서 만난 대한지적공사 함안지사 강정구(49)팀장은 건너편 야산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오늘의 미션은 3000여평의 임야를 측정하는 것이다. “나무가 곳곳에 서 있어서 일부는 베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많으시겠지만, 정확한 것은 측량을 해봐야 할 것 같군요”

강 팀장은 본격적인 측량에 앞서 땅 주인과 사전 협의를 벌였다. 경계지점을 표시하기 위해 50여개의 빨간색 말목도 준비했다. 이번 측량에는 강 팀장 등 3명의 직원이 투입됐다. 측량하는데는 4∼5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비용은 저렴해 40여만원선을 넘지 않는다. 일반에 맡기면 300여만원이 들어간다는 것이 주위의 귀띔이다.

“과거에는 줄자를 이용해서 일일이 선을 그었으나 요즘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방식 및 첨단장비를 도입해 일처리 속도라 빨라졌을 뿐 아니라 정확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강팀장의 설명이다. 첨단기계의 도입으로 하루 평균 4∼5곳을 측량한다. 장소도 가정집부터 시작해서 공장, 고속토로 터널현장, 심지어 산정상까지 DMZ빼고는 다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현장을 발로 밟고 누비는 것은 똑같다. 또한 그가 맡고 있는 함안군 삼칠지역은 공장밀집지역으로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며 도내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다. 근래에는 칠서면 태곡리에 170여만평의 산업단지가 추진돼 방대한 지역을 측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측량은 신속·정확한 것이 생명이다. 때문에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궂은 날씨에 두툼한 외투를 입고 나갔지만 손과 발은 차갑기만 했다. 이날도 오후에 봄비가 촉촉히 비가 내렸지만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 계절별로는 무더운 여름과 들바람이 거센 겨울이 제일 힘든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은 늘 밝다. 이유가 궁금해 동료에게 물었더니, 안민웅씨는 “‘일터가 즐거워야 한다’며, 직원 뿐 아니라 민원인에게도 한결같이 친절하게 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삽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말은 뭔가 남달라 보였다.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터가 있었다. 일 밖에 몰랐던 강 팀장에게도 한 때 위기가 찾아 온 것이다.

2년여전 어느 겨울 일을 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심장마비였죠.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서울 병원으로 옮겨져 다리 혈관을 이식해 급한 수술을 받았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지금도 철심을 심장에 꽃고 삽니다.”며 긴박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강 팀장은 이 일이 있은 후 바쁘게만 살아온 주위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덤으로 사는 인생,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후배들에게 노하를 전수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이렇다 보니 지적공사 홈페이지에는 강 팀장을 칭찬하는 민원인들의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강 팀장은 “어릴적 잘못된 측량으로 인해 조상대대로 농사를 짓던 전답을 인근 지주에게 빼앗기는 것을 보고 측량사가 검·판사보다 무섭다고 느껴 일찌감치 지적공사에 투신하기로 결심한 뒤 25년간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며 프로의식을 강조했다. 요즘은 일제 잔재를 털고 디지털 기법을 도입, 전국토를 새로 그리는 지적재조사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 팀장은 “현 종이 지적은 일제 강점기 당시 동경원점으로 측량됐고, 낙후된 기술과 장비로 제작되어 토지경계가 실제와 달라 재산권 행사에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부터 시행하는 지적재조사 사업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감사하다’는 한마디에 힘든 일은 눈녹 듯 사라집니다. 고향 진주에 돌아가 농장을 가꾸며 지낼 때까지 동료와 함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는 활짝 웃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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