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약'도 사고 판 씁쓸한 시장
'상생협약'도 사고 판 씁쓸한 시장
  • 이은수
  • 승인 2013.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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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상남시장 협약 체결 조건으로 돈거래
롯데백화점과 인근 전통시장 상인회장 간에 ‘상생협약’의 대가로 거액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자 ‘상생협약’이 당초 취지와 달리 본질이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전통시장이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 경계에서 1㎞ 이내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때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협력계획서는 일종의 ‘상생협약’으로 여기에는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등과 같은 상호발전을 위한 조치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비공식으로 돈이 오간 사실이 밝혀지자 상생협약마저 ‘돈을 주고 산다’는 비판과 상생의 근본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창원시 상남시장과 인근 3개 전통시장은 롯데백화점 창원점 신관개관 문제를 두고 수개월간 진통을 겪다가 지난해 12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공식 협약서에는 △지역주민 우선 고용 △유통기법 교육 △전단광고 공동배포 등 상생을 위한 방안을 담았다.

상남시장 등은 총 6억5000만원의 상생발전기금도 롯데 측에서 받았다. 이처럼 상생협약 체결을 위해 돈이 오가도 양측이 밝히지 않는 이상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

상남시장 상인회장 오모(50)씨가 롯데 측에서 따로 돈을 챙긴 사실이 경찰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이 같은 양측의 금전거래가 외부에 알려졌다.

‘상인회장이 뒷돈을 챙겼다’는 첩보를 수집한 경찰이 조사했더니 오씨는 상인회 몰래 만든 상인회 명의계좌로 3억5000만원을 따로 받아 일부를 상품권 등을 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오씨를 횡령혐의로 구속하고 나서 정확한 성격과 용처 등을 캐고 있다. 현재 상남시장 상인들은 이 문제로 극심한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

상남시장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 16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엄정한 수사촉구와 함께 구체적인 협약내용 공개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회 한 관계자는 “발전기금은 상가의 중·장기 발전을 도모한다기보다 효과가 일회성에 그칠 확률이 높고, 후유증도 더 크다. 발전기금을 받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받고 난 뒤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상인들 간에 갈등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생협약에서 금전지원을 피하거나 협약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부작용을 없애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 마포구의 한 전통시장도 인근에 들어선 대형마트 개점문제로 1년여간 갈등을 겪다가 최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대형마트 측이 상인들에게 돈으로 매출 피해를 보전해 준다는 취지의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져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모색하기보다 ‘상생협약마저 돈을 주고 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특히 “언론이나 외부에 (협약) 내용이 공개되면 협약이 무효가 된다”며 확인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건전한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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