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없는 교실, 쓰러지는 교권
소통 없는 교실, 쓰러지는 교권
  • 정원경
  • 승인 2013.05.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권침해 해마다 증가…경쟁 교육이 불러온 병폐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52·여)씨는 14살 남학생에게 욕설과 폭언을 듣고 충격을 받아 휴직계를 제출했다. A씨는 수업 중에 학생이 소란을 피우자 제지에 나섰고 교칙으로 금지한 휴대전화를 뺏으려 하면서 학생은 욕설을 하며 때릴 듯 A씨를 위협했다.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상담해 출석정지 30일과 권고전학을 하기로 합의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기 위해 정한 ‘스승의 날’이지만 교사들의 얼굴은 밝지가 않다. 교실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권위도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1570건이었던 교권침해 사례가 2011년에는 4801건으로 2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했다. 경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9년 40건이던 교권침해 건수가 2010년 62건, 2011년 189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457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폭언·욕설 350건(66.3%), 수업진행 방해 84건(15.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폭행 22건, 교사 성희롱 5건,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례도 4건이다.

현직 교사들이 전하는 교권침해 실태와 원인 등을 분석해 본다.

▲의사소통의 부재=교권 추락과 공교육의 위기는 교육 구성원 간 소통의 단절에서 초래된 바가 크다. 핵가족·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은 적극적이며 자기중심적 언행이 강하다. 이는 규율과 예절을 강조하는 교사들에게 때론 감정적·즉흥적·도전적인 행태로 비춰지며 갈등양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들의 이 같은 행동유형은 학력과 입시만을 강조하는 가정과 학교의 예절교육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학부모의 가치관 변화도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같은 교육상담이어도 학원과 학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고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B모(49)씨는 “학생과 교사·학부모 사이에는 유리벽이 놓여 의사소통이 단절된 지 오래다. 급변하는 사고와 가치관의 차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공감대가 사라진 것”이라며 “상호이해를 넓혀 간다면 공교육 붕괴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교사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고 학부모도 교육의 첫걸음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놀이공간 필요=요즘 아이들은 바쁘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어른들의 강요에 의해 정해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선행학습으로 미리 배우는 것도 모자라 재능을 찾겠다며 각종 학원을 맴돈다. 학생들은 삶을 회복하는 교육이 아닌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 교육체제에서 끊임없이 경쟁을 한다.

실제 지난 200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아동·청소년 생활패턴 국제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평일 하루평균 7시간 50분을 공부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교사인 C모(48)씨는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공간이나 휴식 공간을 만드는 데도 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만들어 주고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면 학생들이 행복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똑같은 교육 패러다임=과거와 다를 바 없는 권위적인 지도와 변화 없는 수업방식을 고집하는 교사들의 태도도 가치관이 변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저항감을 심어준다. 이 같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3자간 가치관의 차이는 학교교육을 바라보는 인식의 격차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학교 교사 D모(52)씨는 “사람마다 소질과 적성, 잠재능력이 다른 데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를 강요해 학생들은 목표의식 없이 오로지 수능 성적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일반계 학교도 특성화된 커리큘럼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를 선택해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사의 권위를 존중하는 사회풍토가 마련돼야 하며, 학생지도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교사 자율에 맡겨야 교사 권위가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