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특별기획]정전 60주년, DMZ를 가다
[호국보훈의 달 특별기획]정전 60주년, DMZ를 가다
  • 이은수
  • 승인 201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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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멎은 戰場, ‘희망의 땅’ 되다
▲총성이 멎은 지 60년이 지났음에도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DMZ. 철조망 앞에 오롯하게 핀 민들레 꽃은 60년 전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알고 있을까. 이은수기자
올해는 남과 북 사이에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1950년 6·25전쟁 발발 3년이 지난 1953년 7월 27일 한반도에 정전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남과 북은 2km씩 후퇴했다. 전쟁의 피비린내가 나는 그곳에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DMZ)가 조성됐다. 그후 60년의 세월이 지났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앞둔 지난달 하순, 불볕더위가 내리쬐는 DMZ를 찾았다.

DMZ 속 문화와 역사를 찾아 남·북 간에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됐던 강원도 철원·화천·양구 일대를 탐방했다. 총성이 멎은 DMZ. 군복무 후 20여년 만에 다시 찾은 DMZ는 예나 지금이나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다. 정적 속에 과연 이곳이 동족 간에 그렇게 피 터지게 싸움을 벌였던 전쟁터였는지 하는 의문까지 생겼다. 그러나 고요한 겉보기와 달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냉전 현장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더욱 가까이 있었다.

현실의 그곳은 상상 속의 DMZ와는 너무나 달랐다. 인간이 전쟁으로 파괴하고 간섭한 이곳에는 뜻밖에도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냉전자연생태공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6·25전쟁은 37개월 2일 만에 끝이 났다. 전선은 전쟁기간의 3분의 2를 지금의 DMZ 일대에서 소비했다. 마을과 농경지, 숲은 남김없이 파괴됐다. 전쟁이 끝났을 때 그곳에서 전투를 한 군인만큼이나 땅, 나무, 산짐승, 새, 물고기도 지쳐 있었다. 지친 자연이 이번에는 냉전 간섭에 시달려야 했다. 자연 입장에서 DMZ는 그 자체가 장애물이다. 한반도 허리를 횡단하는 DMZ는 산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동물의 이동로를 차단했다. 발이 없는 식물은 동물이 이동시키게 마련이다. 식물의 이동도 차단됐다.

전쟁으로 파괴된 DMZ 숲은 회복해 가기도 전에 주둔군의 각종 군사시설 구축과 군사작전, 난방과 취사 그리고 주거를 위한 자원용으로 희생됐다. DMZ 자연생태계가 ‘손 하나 까딱 안 한’ 원시성 자연의 보고라는 것은 인간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인간 간섭을 전혀 받지 않은 곳이 아니라 너무 많은 간섭에 지쳐 있는 곳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었다. 혹독한 전쟁 간섭, 그후 오랜 세월 냉전 간섭을 받아온 아주 특별한 자연이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대지는 고통 속에도 희망을 품었다. 농경지를 위해 만든 저수지에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고, 비탈진 곳에서는 산양이 터전을 잡았다. 이주정책이 시행된 곳에는 20세기판 ‘사민(徙民·국가와 같은 정치 권력을 가진 지배집단이 그들의 이해에 따라 피지배집단의 주거(住居)를 강제적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을 말함)’들이 DMZ(민통선) 문화를 만들어냈다. 전선을 향해 가는 길에는 전쟁박물관이 즐비했다.

먼저 철의 삼각 냉전 유적지를 찾았다. 고석정-제2땅굴-철원평화전망대-철원두루미관-월정리역-노동당사를 둘러봤다.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던 이곳은 6·25전쟁 당시 포격이 집중된 후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근대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노동당사는 마카오에 있는 성바울성당과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이다. 해방 후 북한이 공산정권 강화와 주민통제를 목적으로 건립하고 6·25전까지 북한 노동당 철원군 당사로 사용, 악명을 떨치던 곳이기도 하다. 파란 하늘과 갖가지 색깔의 꽃들이 노동당사와 어우려져, 아름다운 풍경이 역사의 아픔을 잊게 한다. 주변의 다른 모든 건물들이 파괴되었는데 이 건물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주 견고하고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물 뒤 방공호에는 많은 인골과 함께 수많은 실탄과 철사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한탄강에는 승일교와 한탄대교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승일교의 이름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만들었다는 것과 6.25 당시 한탄강을 건너 북진중 전사한 박승일 대령을 기려 명명했다는 것이다. 승일교는 현재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북한군과 미군과 번갈아 지은 것도 이채롭다.

거대한 호수를 연상케 하는 화천댐의 주변지역에 중공군 등 3만5000여명의 전사자를 냈다. 파로호는 중공군을 무찌른 기념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초대 대통령은 전염병 등을 우려해 5년간 물을 마시기 못하게 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평화의 댐에 이르렀다. 우선 125m(해발 264.5m)에 육박하는 큰 높이에 놀랐다 그리고 이 거대한 댐에 물이 없는 것을 보고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북한 금강산댐에 대한 대응댐으로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대이 지금의 높이로 쌓았다고 하니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고지전의 가슴아픈 현장도 둘러보면서 전쟁은 두번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새삼 일깨웠다. 전쟁 중에는 군화발에 외국의 민들레가 들어와 오늘날 전국에 퍼졌다.

한편 본보에서는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일대 탐방을 바탕으로 3편에 걸쳐 DMZ 재발견 시리즈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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