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현 교수의 의학이야기
조오현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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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병원균 HIV감염, 올바른 이해가 필요
벌써 8년이 지났지만 ‘너는 내운명’이라는 영화가 있다. 여주인공은 피치 못할 사연으로 윤락업에 종사하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게 HIV에 감염되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HIV에 감염시킬 위험을 줬다는 이유로 2년의 징역을 산다. 결론은 남녀 주인공의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는 순애보를 그린 이야기이지만 당시 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잘 표현했던 영화였다. 2005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당신의 자녀가 HIV 감염인과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허용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51%가 ‘아니오’로 대답했고 ‘에이즈 환자는 격리 수용 시설에 따로 격리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40%가 ‘예’로 대답한 것은 이 영화가 과장된 허구가 아님을 보여준다.

흔히 HIV 감염과 에이즈를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엄밀한 차이가 있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처음부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때는 HIV 감염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며, 감염 후 수년이 경과한 뒤 면역력이 떨어져서 여러가지 기회감염이나 종양이 생기게 되면 이때부터 에이즈(AIDS, acquired human immunodeficiency syndrome: 후천성 면역결핍증)라고 말할 수 있다. 에이즈는 1981년 미국의 동성애자에서(정상인에서 잘 발생하지 않는) 기회감염증이 발생하였음을 보고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동성애자 또는 성생활이 문란한 사람에게 발생하는 병으로 오해를 받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HIV 감염은 HIV 감염인 또는 에이즈 환자와의 성접촉 또는 감염된 혈액의 수혈, 출산, 주사기 공동 사용 등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HIV 감염인과의 일상적인 활동들, 악수, 화장실, 침구류, 공중 목욕탕의 이용 등에 의해 전염되지 않으므로 감염인을 불필요하게 두려워하거나 멀리 할 이유가 없다.

1990년대말에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혼합 복용하는 일명 ‘칵테일’요법이 도입되었고, 이후 여러 약제가 개발되어 더 이상 ‘감염=사망’이라는 불치병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약물 치료를 통해 면역기능을 유지하면 아무런 증상없이 건강하게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는 만성병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임신시에 산모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신생아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골수이식을 통해 에이즈에서 완치된 베를린환자의 경우처럼 치료에 관해 계속 발전이 있는 분야이다.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만이 HIV에 감염된다는 오해가 남아있는 것 같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관계를 통해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예기치 않은 성관계가 있을 때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HIV 감염예방에 중요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출산과정이나 모유 수유를 통해 HIV에 감염된 소아가 많고, 수혈 중에 감염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HIV 감염인은 윤리적,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질병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한 오해이다.

HIV 바이러스에 노출된 이후 바이러스 항체가 생기는데 6~1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감염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하면 노출 직후에도 검사를 하지만 오히려 12주에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HIV 검사는 병원에서도 쉽게 할 수 있지만 보건소에서는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헌혈을 통해 감염여부를 알 수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헌혈을 통해서는 감염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

2년전 한 대학 봉사 동아리의 요청을 받아서 HIV 감염인 호스피스에 대한 교육을 했던 적이 있다. ‘여러분의 친구가 HIV 감염인이라면 같이 수업을 듣고 식사나 운동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주었다. HIV 감염인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상당히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HIV 감염에 대한 유병률은 WHO 통계에 따르면 0.1% 이하로 매우 낮고 예전과는 달리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경상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

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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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조오현
조오현 경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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