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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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식 창문 안에 세 명의 수녀가 있는 파란색 상징의 클로스터프라우 멜리센가이스트(klosterfrau melissengeist)는 거의 200년에 걸쳐 독일인들에게 절대적인 인기상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세 집 건너 한집은 가정상비약 상자 안에 두고 있을 정도이다. 이 멜리센가이스트는 수많은 종류의 통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신비한 기적의 물로 수도원의 수도사, 수녀원의 수녀들 사이에 그 제조법이 비전되어 오던 것이었다.

1775년 브뤼셀에서 태어난 마리아 클레멘티네 마르틴은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코에스펠트에 있는 세인트안나 수녀원에 들어가게 된다. 마르틴 수녀는 간호 보조 교육을 받으면서 자연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다. 그녀는 재능이 탁월한데다가 공부도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이어서 수녀원에서 비전되어 오는 많은 약품의 처방전들을 열람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그래서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멜리센가이스트의 처방전 및 제조 노하우까지 읽어볼 수 있었다. 마르틴 수녀는 수녀원에서 10년 동안 병자와 장애인들을 희생적으로 보살폈다. 그런데 1803년에 수녀원이 세속화되면서 국가에 귀속되게 되자 마르틴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곳저곳으로 방랑생활을 하면서 여러 종류의 질병과 불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돌보며 직접 약수를 만들어 팔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나폴레옹과 프로이센 연합군 간에 전쟁이 일어나자 전쟁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 양 진영의 군인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아 주었다. 그녀의 희생적인 간호는 프로이센 왕의 칭송을 받게 되고, 그녀는 1년에 160달러의 금화로 지급되는 종신연금까지 받게 되었다. 1825년에 20년 동안 프랑스군이 점령하다 철수한 쾰른에 도착한 마르틴 수녀는 경제적으로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마르틴 수녀는 사업을 시작하기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적의 신비수를 제조하여 판매하려는 준비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쾰른에서 사업적 성공의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1822년만 해도 쾰른에서 64개가 넘는 신비의 물 쾰르니슈 워터(오드 콜로녀 : eau de Cologne - 프랑스 어로 ‘쾰른의 물’이라는 일종의 향수로 알코올 순도는 75~85%, 향료 농도는 3~5% 정도이다) 생산 업체들이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가짜와 모조품까지 난무하였다. 상품보호법이 없던 시대였기에 불법적 모방이나 불법적 상표 도용을 통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마르틴 수녀는 자신의 제품을 다른 유사제품들과 구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묘안을 다 짜내보았지만 허사였다. 오랜 궁리 끝에 특별한 상징을 상표로 넣어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하고도 유일무이한 상징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1829년 11월 7일 마르틴 수녀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에게 프로이센 왕실의 독수리 문장을 자신의 상표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간곡한 청원서를 견본품과 함께 보냈다. 그녀의 청원서에는 프로이센 왕이 자신의 청원을 들어준다면, 이 세상에서 짧은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왕과 왕가의 안녕을 위해 매일 성심을 다해 올리는 자신의 기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보답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2개월 후 드디어 프로이센 왕실의 내무성으로부터 프로이센 왕실의 독수리 문장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의 답신을 받게 된다. 향수 시장 1위의 자리를 지키던 파리나의 상징인 빨간 튤립은 무분별하게 복제되고 모방되었지만 프로이센 왕실의 독수리 문장만은 감히 아무도 복제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1831년 10월에 마르틴 수녀는 쾰른 상공회의소에 멜리센가이스트와 쾰르니슈 워터 병의 상표를 그녀의 회사인 마리아 클레멘티네 마르틴 클로스터프라우 사의 상징으로 등록하였다. 독일에서 최초의 상표 보호법은 1874년에야 제정되었지만 이미 40년 이전에 이미 자신의 제품이 안전하게 독점적 시장 점유를 할 수 있도록 상표권을 보호받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그녀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였고 경영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마르틴 수녀는 처방전 없이 판매가 가능한 약품을 제조하는 독일 최대의 제약업체를 동료 수녀들에게 남긴 채 1843년 68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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