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살의 자화상
학생 자살의 자화상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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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용 (창원대 교수, 학생처장)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2년 말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31.7명으로 연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5906명이며, 1일 평균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자살 사망률이 12.9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3.5명으로 훨씬 높은 수치이다. 특히 자살 사망자는 전체 자살문제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살 사망자가 1만5000명이라면 자살 시도자는 그 10배가 넘는 15만 명에서 30만에 이르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연간 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꿈과 희망을 노래할 학생들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최근 창원의 모 고등학교 학생의 자살도 마찬가지이다. 벌써 올해 경남에서만 청소년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중 대부분이 뚜렷한 이유 없이 자살을 택했다고 한다. 이처럼 젊은 학생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생활과 교우관계, 성적 등. 우리 학생들은 자기가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스스로 가치관을 단단하게 형성할 수 있는 가정환경, 학교 교육환경, 사회적 여건 등이 이뤄져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즉 학부모의 학생에 대한 기대심리, 국가가 바라는 학생상과 학생 본인이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충돌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은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할 정도로 경쟁에 내몰려 있으며, 이 경쟁에서 밀리면 자기의 인생도 망가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교육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오면 부모들도 학생에게 따듯한 위안과 학생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말보다는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이기심에 찬 말만 계속하게 된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는 부모들의 불화로 인한 별거,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의 평화가 상실된 것도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가정불화로 힘든 학생, 경쟁교육에서 밀린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의 무관심 속에 학교를 다녀야 하고, 자기의 고민을 속시원하게 털어 놓을 때 잘 들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의지가 약하다니, 더 강해져야 한다는 등의 말로써 학생들에게 더욱더 상처를 남기게 되고 학생들의 정신은 더 망가져 간다.

이와 같이 자살은 우리사회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얽혀 있어 자살률 감소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급격한 사회변화, 고령화, 사회 전반의 생명경시 풍조, 핵가족화와 가정붕괴 등이 모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살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장 비극적인 결과의 하나가 가족들이 경험하는 고통이다. 자살 유가족에는 배우자, 자녀, 부모,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으로 자살로 사망한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심한 경우는 자살로 사망한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지나가던 사람도 자살 유가족이 되기도 한다.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86%는 죄책감을 경험하고 83.6%는 분노를 경험한다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자살 유가족은 죽음의 의미에 더 많은 의문을 갖고 더 높은 수준의 죄책감과 수치심, 책임감을 경험하게 되고, 죽은 사람에 대한 분노와 함께 거부 또는 유기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학교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학교가 학생이 행복하고 교사가 즐겁고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학생들에 대한 자살 예방교육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자살 예방교육의 횟수를 늘리고,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토론과 상담을 병행해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예방교육이 되어야 한다. 자살시도 학생의 대부분이 정신적 문제나 우울증 등이 원인이 되는데, 이 경우 학교 측의 적극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담임교사를 비롯한 교직원은 자실 징후 및 자살을 시도하려는 학생 발견 시 즉각적 개입이 필요하며, 일정기간 캠프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자존감 회복으로 학교 적응력을 향상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학교현장에서의 상담전문가의 절대적 부족과 정신의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지원센터 등의 외부기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살예방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자살의 문제는 교육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당국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김명용 (창원대 교수,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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