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감면·인하와 지방의 살림살이
취득세 감면·인하와 지방의 살림살이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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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지역경제학회장)
정부가 거론 중인 취득세율 인하 문제가 지방재정 압박과 함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세인 부동산 취득세는 각 시도 발전을 위한 자주재원의 큰 축을 점한다.

우리나라의 취득세율은 4%로 미국과 캐나다의 1%와 1.3%, 영국과 프랑스의 2%와 2.5% 수준에 비해 높다. 그런데 단순히 세율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주택시장 안정화, 주택 투기수요 억제, 나아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제회생 등과 같은 이유로 비율을 달리하면서 자주 감면되곤 했다. 그러니까 세율을 높게 고정해 놓고 상황에 따라 경기 조절용의 특수한 성격을 띠었던 셈이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취득가액이 9억원을 넘으면 4%를 적용하고, 9억원 미만이면 2%를 적용해 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감면제가 지난 6월말로 끝나 다시 4%로 회귀하였고, 덩달아 영구적 인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영구인하 논의는 이제껏 해 오던 주택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 조절적 정책의 연장선에 있어 보인다. 허나 중대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지방재정은 안중에도 없이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경기만을 지나치게 고려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주택거래가 수도권이 많기 때문에 정책판단의 기준도 늘 수도권이다. 비수도권의 지방재정 부족을 먼저 감안해야 한다. 둘째, 세율인하로 발생하는 지방재정 부족분을 국세로 보전하여 왔는데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으로 이양해야 할 권한과 함께 재정 분권마저 외면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세율인하로 발생하는 지방재정 부족분을 국고로 채워주게 될 때 국고는 한정적이어서 그 만큼의 다른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게 되고 지방재정은 더 악화된다.

취득세는 지방자치단체 세수입의 약 25%를 차지하고, 경기가 호황이었을 때는 30%를 웃돈 적도 있었다. 취득세 감면은 다양한 명목을 가지면서도 늘 ‘한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감면에 의한 지방재정 부족분은 2조5000억에서 3조원 규모로 국고로 채워주곤 했다.

파리를 잡기 위해 만든 ‘끈끈이(flypaper)’라는 단어로 ‘끈끈이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지방세원과 세수를 줄이고 대신 중앙정부가 지방교부세를 늘리면 공공지출이 더 방만해지고, 도를 넘는 지나친 재정지출로 지방채무가 증가하게 되며 재정건전성 악화를 가져와 지방재정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재정에 더욱 의존하게 됨을 의미한다. 부동산시장 진입장벽(취득세)에 관한 정부의 잦은 정책변화는 의도와 달리 지방재정 위기를 가중시키면서 공공지출만 늘릴 수가 있다.

취득세율 인하와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지방재정 악화를 정부는 먼저 직시해야 한다. 부동산경기의 실상이 지방이 아닌 수도권 중심의 정책인 점을 감안하여 논의의 폭을 지방 살림살이 중심으로 전개해야 한다. 자치재원 확충을 위한 재정분권도 적극 개진해야 한다. 취득세율을 영구 감면할 경우 거래량이 많은 수도권과 그렇지 않은 비수도권 간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어 국가 불균형발전의 불쏘시개만 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지방세율이 현재 5%인 것을 국세총액 변동의 정도를 낮추는 선인 8~10% 정도로 상향시켜 지방재원을 확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지방교부금 비율이 19.24%인 것을 20% 이상으로 올리면서 시·도간 차등화 정책도 필요하다. 일률적으로 올리면 시·도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세원과 세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과 광역시가 훨씬 유리해지며 도 단위는 계속 황폐하게 된다.

또한 취득세율을 낮추고 보유세(재산세)를 올리는 방안인데, 자칫 조세저항에 시달릴 수 있고 재력가일수록 지갑을 더 닫아 단·중기적으로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점진적인 방안이 주효할 수 있다. 일정 이상의 재산에 대해 10년 정도 한시적 기간을 설정하여 세율을 매년 소폭으로 올리게 되면 조세저항도 피하면서 경기활성화 및 재정확대 유도가 가능하다.

취득세율 영구인하는 시간을 갖고 지방과 충분한 논의와 협의로 결정해야 한다. 차제에 지방재원 확충을 위한 세원과 세율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 그래야 지방도 살리고 비효율적인 공공지출도 줄여 나갈 수 있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지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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