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의 아리아, 한여름 밤 수놓다
물위의 아리아, 한여름 밤 수놓다
  • 강민중
  • 승인 201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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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연극제 개막공연 ‘100인의 햄릿’
거창국제연극제 개막공연작 (햄릿)3
거창국제연극제 개막공연작
 
 
이보다 더 감동적이고 사실적인 햄릿이 또 있을까.

26일 거창국제연극제의 화려한 막이 오른 가운데 개막공연으로 준비된 ‘100인의 햄릿’은 물위에서 펼쳐지는 야외연극으로 물과 빛, 소리가 함께 어울려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무대의 형형색색한 움직임은 한 차원 높은 황홀감을 자아냈다.

배우들은 기존에 보인 연극과는 달리 물속에서부터 천천히 무대로 등장, 파격적이면서도 집중성을 부각시켰다. 무대에 오르며 외친 함성은 ‘인간의 군상’을 여지없이 보여줬는데, 마치 삶과 죽음의 한 단면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공연은 햄릿이 ‘시지프스 신화’를 나직이 읊조리면서 시작된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인간은 균형 속에 태어나 절망 속에 죽는 것이냐”는 대사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고뇌를 엿보게 했다.

특히 공연 시작과 중간, 마지막에 하나의 모음으로만 선율을 노래하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인간이 지닌 목소리 자체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애수와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김희정 음악감독은 “100명의 햄릿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며, 여자로서 비난받는 오필리어의 복합적인 기쁨과 슬픔, 환희를 나타낸 곡”이라고 했다. 이 공연의 주제곡으로 너무 잘 어울린 보칼리제의 편안한 음색은 마치 한여름 밤 수승대를 찾은 관객들을 위한 음악이기도 했다. 한 편의 아리아는 환상적인 조명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렸다.

여기에 흰 옷을 입은 햄릿들 사이에 빨간 천으로 온 몸을 감싸고 뗏목을 타고 등장하는 오필리어는 열정 그 자체이면서, 강낭콩보다 더 붉은 사랑이기도 했다. 100명의 햄릿은 격정적인 감정으로 스스로를 질책하고 비난했기에 더 안쓰러웠다.

하지만 절규하듯 휘어지는 100명의 햄릿은 정체성 혼란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들려줬고, 장대로 물을 때리며 일으키는 물보라는 현대인의 고민을 부숴버리는 듯 일탈의 해방감으로 다가왔다.

심철총 연출가는 “100인의 햄릿은 다양한 캐릭터와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육체적 고민부터 정신적 혼란까지 정체성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작품은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초연을 시작으로 국내 공연축제투어를 하고, 내년에는 영국 에든버러와 프랑스 아비뇽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내달 11일까지 이어진다.

거창국제연극제 개막공연작 (햄릿)16
거창국제연극제 개막공연작‘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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