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김용주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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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법정(法廷)이란
변호사에게 법정이란 어떤 곳일까? 변호사에게 법정은 업무의 터전이요, 변호사의 직능이 발휘되는 궁극의 장소이다. 변호사들이 실제 법정에 가건, 그렇지 않건 간에 법정은 마음의 고향이다. 변호사에게 법정은 현재 법정에 있건 그렇지 않건 언제나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다. 그런 점에서 법정에서의 변호사의 역할, 변호사간의 예의, 판사와 변호사간의 예의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법정에서의 모든 행동은 언제나 경건한 제의(祭儀)이기 때문이다.

민주국가로 넘어오면서 사법권은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곳, 법을 통하여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고, 돌아가야 할 자에게 그 몫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곳, 그 신성한 장소가 바로 법정이다. 그렇기에 영국 법정의 그 엄격한 복장 규정과 번잡한 예절을 허례라고 치부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세상이 바뀌어 단순화할 수는 있어도 그 정신마저 사라지면 안되는 것이 있다. 법정에 대한 변호사와 판사의 예의 및 존중은 사법정의의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지난 울산지방법원에서 발생한 변호사 감치대기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호사가 재판 도중에 언성을 높이자 재판장이 일방적으로 감치를 선언하고 1시간 동안 법정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변호사가 재판 도중 고함을 치며 재판장에게 항의했기 때문에 감치된 것이고 변호사에게 ‘의뢰인이 불쌍하다’는 말을 했다 해도 이는 변론권의 침해가 아닌 다소 부적절한 정도에 그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대한변협에서는 변론을 하는 도중 재판장이 갑작스럽게 부적절한 감치명령을 선언하여 변호사의 말을 막고, 변호인은 갑자기 ‘법정에서 소란을 피운 자’로 전락하게 되었으니 이 자체가 변론권 침해라는 것이었다.

법정에서의 재판 진행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거의 폭발 직전에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사건에 따라서는 진실을 찾기 위한 재판 자체가 정의와 충돌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당사자들은 초긴장 상태이고 판사들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재판은 법정 안팎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시계열적으로 일어나는 무수한 의사소통 행위들의 총체이다. 판사가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재판의 유일한 주체는 아니다. 판사, 변호사, 소송당사자, 증인, 감정인, 그 밖의 모든 소송관계인들이 서로 대화적 관계를 맺고, 의사소통을 반복하여 만들어가는 것이 법정에서의 재판이다.

이처럼 법정에서의 재판이란 판사나 변호사를 포함하여 다수의 불안전한 인간들이 함께, 그나마 대다수가 받아들일만한 결론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과정이다. 법정에서의 재판은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심의를 거쳐 이루어지며, 재판의 실패는 결국 그러한 주체들이 소통에 실패하였음을 뜻한다.

지금도 간혹 판사의 법정 언행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 법원은 꽤 오래 전부터 판사들의 법정 언행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변호사들 역시 이런 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구두 변론은 점점 확대될 것이고 법정에서의 효율적인 변론과 언행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질 것이다. 특히 그에 대한 특별한 교육을 받은 바 없는 기성 법조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법정은 법률가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공개 포럼이 될 전망이다. 변호사 감치대기 사건을 계기로 법정은 판사나 변호사만의 공간이 아니라 국가나 국민의 공간이 아닐까 하고 되새겨 본다.

/김용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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