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틀린 서울유등 반대 현수막
번지수 틀린 서울유등 반대 현수막
  • 강진성
  • 승인 201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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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성 기자
25일 진주에서 열린 경남FC-FC서울의 프로축구경기. 경기는 비겼지만 오랜만에 진주에서 경기가 열려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관중석 아래 스탠드에 ‘서울시장은 청계천 등축제를 중단하라’와 ‘서울시장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본 적이 있는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기장 안에 5개가 내걸렸고 고속도로 입구에서부터 경기장으로 진입 입구 곳곳에도 걸렸다. 이 현수막은 서울등축제 반대 관련 단체에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민이 남강유등축제가 잘 되길 바라는 것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 안팎의 현수막은 도를 넘어섰다. 경기장을 찾은 시민조차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경기와 전혀 상관 없는 이슈를 경기장으로 끌고 왔기 때문이다.

이날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현수막 문구를 문제 삼으며 경남FC에 철거를 요구했지만 곤란하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한다. 축구협회 경기규정 제36조 ‘홈경기 관리 및 안전요강’에 따르면 정치적·사상적·종교적인 주의 또는 주장 또는 관념을 표시하거나 또는 연상시키고 혹은 대회의 운영에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게시판, 간판, 현수막, 플래카드, 문서, 도면, 인쇄물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 경기와 무관한 개인과 단체의 주장을 표현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자칫 상대팀을 자극해 사고가 날 수 있고 스포츠 정신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FC서울은 시민구단이 아니다. 서포터즈는 서울등축제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비록 상대팀 서포터즈이긴 하지만 진주를 찾은 손님이다. 이들이 현수막 문구에 동의하고 돌아갔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진주라는 도시에 대해 반감만 더 사는 행동이었다.

마치 진주를 찾은 일본 관광객에게 ‘일제의 만행을 사죄하고 침략 재발을 방지하라’고 떠드는 것과 무엇이 다를 지 의문이다. 도배하듯이 내걸린 현수막을 보고 진주시는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현수막이 내걸린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주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말이다.

상대를 미워하고 요구할 때는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 서울사람들이 현수막을 봤다는 생각에 통쾌함은 남을 지 모르지만 서울등축제 반대 움직임에 백해무익한 행동이다. 차라리 FC서울 관계자와 서포터즈에게 남강유등축제 관광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전달했어야 했다.

과열되고 있는 서울등축제 반대 움직임이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스럽다. 이날 경기는 비겼지만 매너에서는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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