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祝祭)교육
축제(祝祭)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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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작가 이청준은 소설 ‘축제’에서 슬픔과 아쉬움으로 점철되는 장례식을 ‘고인이 남긴 삶의 지혜를 남아 있는 사람이 계승하는 뜻 깊은 의식’으로 해석하면서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라 고인의 ‘감응(感應)’으로 뒤에 남은 후손에게까지 이어진다고 얘기한다.

작중인물인 소설가 이준섭이 노모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에서는 팔순 노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모여든 집안 식구들과 이웃들, 지인들은 망자의 생전 음덕과 30대에 청상이 된 며느리와의 해로, 치매로 인한 말년의 고통 등을 회고하면서 묵은 갈등을 하나하나 해소하고 가족 전체의 화합을 이끌어 내면서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일반적으로 행사나 프로그램 명칭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축제(festival)는 초기엔 연극적 행사였고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성격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구성원 모두의 화합을 도모하는 행사였고, 특히 그 지역의 각별한 역사적·예술적·사회적 행사를 기념한 것이 특징이었다.

조선 중기 이후 한·일 교류의 대표적인 행사로 조선통신사가 있었는데, 이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년 간 12차례나 일본 에도 막부를 방문했던 대규모 외교문화사절단이었다. 이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하는 축제(마쓰리)가 부산과 일본의 10여개 도시에서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쓰시마 아리랑 마쓰리나 시모노세키 바칸 마쓰리, 시모카마가리 마쓰리 등이 그것인데, 이 개최 지역의 공통점은 조선통신사 행렬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우리 경남에도 크고 작은 축제가 많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주남강유등축제이다. 주지하다시피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연원은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로 거슬러 간다. 진주성 전투 당시 남강에 등불을 띄워 야간에 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했던 전술인 동시에 성내·외를 연락하는 통신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 유등에서 유래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420년 전, 계사년(1593년)의 순의(殉義) 이후에 사민(士民)의 매운 충절을 기리는 행사로 오랜 세월 이어져 오늘의 진주남강유등축제로 자리 잡았다.

작고하신 사학자 이기백 교수는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이란 논문에서 ‘전통은 과거로부터 이어온 것 중에서 현재 문화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과거 선현들의 충절과 국난 극복의 정신을 계승하고 그것을 현대의 예술과 축제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역사적 의미 또한 크다.

동네 슈퍼를 살리겠다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판매품목까지 강제하려했던 서울시장님! 다니지 않았던 학과를 저서에 인쇄하고 그것을 문제 삼자 출판사의 착오라고 강변하실 때부터 그 분의 인격을 알아봤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입과 다를 바 없고, 등(燈)과는 어떤 역사적 연줄도 없는 서울시 등축제 연례화를 보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축제에 대한 정의를 다시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각 지역의 개성적이고 특징적인 문화를 많은 이들에게 구경시키기 위해 거대 자본을 가진 특별시에서 약탈하여 개최하는 문화행사’라고.

/문형준·진주동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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