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심을 거부하는 서울등축제
천심을 거부하는 서울등축제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망하고 흥하는 것이야 하늘의 뜻이고 운명이라고 돌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거의 100% 사람하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 천석꾼 부자가 죽을 때는 굶어 죽는 경우가 있고, 9대, 10대 대를 이어 만석꾼 부자가 부(富)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말이다.

망하고 흥하는 사람들의 처신을 살펴보면 흥하는 부자는 덕망과 베풂으로 자비를 베풀고, 망하는 부자는 악덕 지주로 망할 짓만하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죽을 때 굶어 죽은 악덕 지주는 심한 가뭄과 흉년으로 실농을 해 입에 풀칠도 할 수 없는 소작인들로부터 정해진 수곡을 꼭 받아냈다고 한다. 불쌍한 소작인들은 빚이라도 내어 수곡을 바쳐야 소작이라도 하여 연명할 수 있었고 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 그 원성이 오죽이나 했을까.

반면 9대, 10대 대를 이어 부를 유지하는 만석꾼들은 천재지변으로 실농했을 때는 수곡을 탕감에 주는 것은 물론 사방 100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부잣집 곡간에는 항상 쌀은 준비해 두고 식량 떨어진 인근 주민들이 누구든 와서 필요한 만큼 식량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으니 인근 어려운 백성들이 굶어 죽을 염려가 없었고 모두가 감사하고 그 부잣집을 감싸고 도니 대를 이어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하늘 아래 부와 권세를 잡았더라도 경우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여 많은 사람의 원성의 대상이 됐을 때 필연코 망하는 것은 민심이 천심이라, 이는 곧 하늘의 이치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이창희 진주시장은 서울시청 앞에서 진주남강 유등축제를 베낀 서울 등축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진주인의 혼과 정신이 깃든 420년 전 진주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가꾸어 온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를 베껴 놓고 이제 와서 자기 것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니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당히 나와 입장을 밝히라고 항의했으나 우리 시장님의 면담마저 거부했다.

진주시장의 1인 시위와 35만 온 시민의 빗발치는 항의에 이어 8월 23일에는 경남도내 유림 대표들이 입을 모아 서울시에 경고했다. 경남도내 27개 향교의 전 현직 전교 60명이 진주향교에 모여 서울 등축제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림들의 기개는 임금마저도 정사를 잘못할 때 죽음을 각오하고 바른말로 진언하는 대쪽 같은 성품의 선비들이 아니던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께 경고한다. “진주남강 유등축제를 베낀 서울 등축제를 즉각 중단하라.” 더 이상 남의 것을 빼앗는 몰염치한 행위를 계속했을 때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는 35만 진주시민, 경남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진주가 어떤 곳인가. 임진년 진주대첩에 이어 계사년에 진주성이 함락 됐을 때 7만 민·관·군이 장렬히 산화한 곳이다. 비굴하게 구차한 삶을 택하느니 차라리 의를 위해 모두가 죽음을 선택했던 충절의 고장이다. 충절의 고장, 양반의 도시 진주이기에 점잖게 경고하느니 박원순 서울시장은 폭발 직전의 진주시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라. 사람에게는 기본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고 흥하고 망하는 것은 그 사람 하기에 달린 것이니, 가슴에 손을 얹고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천리를 명심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