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서 유래한 협동노동의 흥겨운 놀이마당
두레서 유래한 협동노동의 흥겨운 놀이마당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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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전통예술축제 참가작품] <16>마산농청(馬山農廳)놀이
 
 
마산지역에서 행해지는 공동체적 생산과 협동을 목적으로 한 자치 조직인 농청의 작업과 경기 과정을 표현한 향토 예능(鄕土藝能). 마산농청놀이는 특히 논농사의 작업을 반영한 향토 예능의 하나로, 공동 작업과 공동 경기를 위한 집단 민속 예능이다. 1983년 8월 6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민속놀이로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된 창원민속문화보존회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편집자 주


▲유래

마산농청놀이는 마산과 창원 지역에 전승되는 민속놀이로서 그 연원은 두레로 볼 수 있다. 원시 공동사회에서는 협동 노동의 필요성에 의해 일정한 조직체를 지니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러한 조직체로 두레를 꼽을 수 있다. 두레의 연원은 이미 씨족사회 말기 부족국가 시대로까지 소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것이 후세의 농청(農廳)으로 이어졌다고 여겨진다. 두레는 지역에 따라 농사(農社), 농기(農旗), 농계(農契), 목청(牧廳) 등으로 불려왔는데, 중부 이남 지역의 두레에서는 두령(頭領)을 좌상(座上), 그 밑의 간사역(幹事役)을 공원(公員)이라 했다.

두레마다 각각을 대표하는 기(旗)가 있었고, 유흥으로 풍물이 있었다. 호칭은 지역공동체의 일반적 호칭인 선생(先生), 제자(弟子), 형(兄), 제(弟) 등으로 예(禮)를 갖추었으나 후대에 내려오면서 두레와 두레 간에 기(旗)를 넘어뜨리는 기(旗)싸움이 생겼다. 기싸움에서 이긴 쪽은 형 두레(大旗)가 되고, 진 쪽이 아우 두레(小旗)가 되었는데, 이로부터 농청은 형 두레와 수십 개의 아우 두레가 뭉쳐진 하나의 지역사회집단이 되었다. 이 두레기(훗날의 농청기) 싸움이 바로 농청놀이의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농청은 초기에는 자연적 원시공동체였으나, 훗날 지역 사회의 단합과 공동 작업, 공동 경기를 위한 인위적 사회 집단으로 발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산지역의 두레는 농청의 형태로 줄곧 전승되었는데, 농청 간의 기싸움은 주로 마산 회원구 봉암동 어복골(魚伏谷)에 있는 ‘상투바위’를 둘러싸고 행해졌다. 세벌논매기를 끝낸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을 맞이하여 이 상투바위에 농청기를 먼저 꽂고 정성들여 기도하면 집안이 편안하고, 자손이 창성하며 대풍년이 들고 관재구설(官災口舌)을 막아내는 데 큰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 이날 처녀 총각들은 건너편 언덕에서 돌을 던져 이 바위의 홈에 돌이 얹히면 그해 좋은 혼처가 생겨 시집, 장가를 가게 된다는 속신(俗信)이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농청은 서로 먼저 영암(靈岩)인 상투바위에 가고자 기싸움을 벌인다.

이 지역의 농청은 1919년 기미독립만세운동(己未獨立萬歲運動)이 일어나자 일제의 강압으로 잠시 중단되었으나 1925년에 다시 부활되었다. 그러나 1929년 어복골 뒤쪽에 상수도 수원지가 건설되어 마을 주민들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사라졌다.

그 후 1981년에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마산민속문화보존회가 결성되어 예전에 농청놀이에 참여했거나 구경한 경험이 있는 주민들의 증언과 학계 인사들의 고증을 거쳐 ‘마산농청놀이’를 복원하였으며, 그해 첫 평가회를 가진 후 매년 각종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오늘날과 같은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의의

마산농청놀이는 두레로부터 이어온 오랜 전통을 가진 농청의 모습을 잘 전승하고 있으며, 기싸움의 풍습과 서민들의 기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상투바위에 대한 속신을 통해 민간신앙의 다양한 양상을 느낄 수 있다. 놀이판에서 나타나는 가락과 춤은 농민의 생활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싸움에서는 농청 간의 힘과 권위를 위해서 격렬한 승부를 겨루다가도 승패가 가려진 다음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소탈한 인정을 베풀며 함께 즐기는 미덕과 화합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산농청놀이는 전통적 백중놀이의 세시적 의의를 보여주며, 동시에 전통 농촌의 촌락 단위 자치 조직으로서 마을의 경제, 군사, 노동 단체이자 경기, 유흥 단체인 농청을 통한 전통사회의 공동체적 생산과 협동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놀이이다.



▲작품 내용

마산농청놀이는 첫째 마당인 기제(旗祭)로부터 둘째 마당인 쟁기전 마당과 셋째 마당인 축원 마당, 넷째 마당인 흥취와 회향 마당의 모두 네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마당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당은 상투바위로 떠나기 전에 올리는 기제(旗祭)로부터 시작된다. 이때 사용하는 깃발은 길이 8미터에 너비 1.5m 정도의 농청대기(農廳大旗)이다. 깃대 앞에는 멍석을 깔고 명태와 밀떡 등이 제물로 차려진 후 두령인 좌상(座上)이 헌작하고 절하면 일동이 재배한다. 예(禮)를 마치면 풍물에 맞춰 농청대기 밑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함성을 지르며 상투바위로 향한다.

△둘째 마당인 쟁기전이 시작되면 구강농청패와 봉정농청패로 나뉜 두 농청패를 선두로 풍물패에 이어 장정들이 호위하는 농청대기가 그 뒤에 서고 좌상이 행렬의 총지휘를 한다. 뒤를 이어오는 남자들은 기구와 음식을 실은 지게를 지고, 여자들은 질그릇을 이고 풍물을 올리며 일대 행렬을 이룬다.

행진 중 다른 농청과 만나면 좌상의 명령에 의해 한 무리는 자기 농청기를 둘러싸서 지키고, 다른 한 무리는 상대편 대기(大旗)를 꺾을 태세로 진을 친다.

양편 모두 앞뒤로 어르며 빙빙 돌다가 신호에 따라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공격대가 상대편 대기를 향해 몰려간다. 공격대와 대기를 지키는 상대방 무리가 격돌하면 난장판을 이룬다. 싸움 중에 깃대가 기울어 넘어지고 깃발이 풀어진 쪽이 패배하게 된다. 이긴 편은 환호성을 울리고 밀대방석을 흔들며 춤을 추고 상투바위 앞으로 달려가 농청대기를 바위 상단에 꽂는다. 진 편은 땅을 치며 통탄하다가 이긴 편 풍물패의 권유에 따라 넘어진 대기를 수습하여 바위 하단에 꽂는다. 이때 여러 개의 소기(小旗)를 대기 밑에 꽂는데, 이것은 대기를 중심으로 하는 각 농청원들의 단합을 뜻한다.

△셋째 마당인 축원 마당이 되면 농청원들은 메고 온 밀대방석을 상투바위 앞에 깐다. 여자들은 이고 온 음식을 차려놓고 일제히 엎드려 소원성취를 비는 기도를 올린다. 이 기도문을 ‘성신선고(聖神宣告)’라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에헤이 해동조선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반룡산 어복곡 만성가문 만성중생 목욕재배 축원례이, 천지지신 용왕상제님네 오방신장님네 반룡산 산신님네 만성가문 만성중생 죽은 조상님네 화혜동참하옵소사. 칠월 백중당천명일 차갑상에 높이 앉아 착실히 용감하시고 금년농사 장원하고 자손이 창성하고 관재구설 막아서 하로같이 남기시고 개모조리 고뿌리는 똘똘 몰아다가 거제 장서방집에 할라크든지 안할라크든지 억지로 들어 매기삐고 안과태평하여 만대유전하여 주시기를 점시하여 주옵소사.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상투바위에 축원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바가지에 물을 떠서 부정을 닦고 종이에 불을 붙여 손으로 날려 보내기도 하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나와 정성껏 합장배례하기도 한다.

△넷째 마당인 흥취와 회향 마당에서 농청원들은 술과 음식을 실컷 마시고 먹으며, 각 농청 간에 여러 경기와 놀이를 한다. 원래 일정한 놀이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즉흥적으로 태껸을 하는 수도 있고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길게 늘어지면 맨 앞사람들이 팔을 붙잡고 줄다리기식으로 힘을 겨루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각 농청들에서 풍물이 나와 장기자랑을 하기도 하며, 갖가지 춤을 즐기기도 한다.

경기 중 씨름을 통해 상머슴을 뽑는데, 쌍방에서 선발된 두 명의 장사가 나와 이긴 장사가 상머슴이 된다. 쌀섬을 상품으로 주는 한편 두 사람을 무등 태우고 좌상과 농군들이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며 즐긴다. 백중이 호미씻이를 하는 머슴들의 날임을 여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각 농청들은 무리를 지어 춤을 추다가 판굿을 벌이고 풍물을 치며, 상투바위 앞에서 한바탕 놀다가 인사를 하고 각각 자기 농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놀이는 끝난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사진·자료 제공 = 창원민속문화보존회·(사)경남학연구원

◇마산농청놀이를 만드는 사람들

△구상훈(보유자) : 양반춤·놀이주도 △이부선(보유자) : 민속춤·비손할미·아낙·농부춤 △김만연(보유자) : 갱쇠·장고·북·민요 △고행복(전수보조자) : 갱쇠·양반춤·북 △이재숙(전수보조자) : 갱쇠·민속춤·민요 △김두상(이수자) : 갱쇠·장고·농부춤 △김금덕(이수자) : 민속춤·색장·아낙 △김주용(전수보조자) : 갱쇠·장고·북·농부춤·고동 △심미애(이수자) : 민속춤·북·아낙 △송선옥(이수자) : 민속춤·아낙 △정순선(이수자) : 민속춤·징 △김경수(이수자) : 민속춤·아낙 △송민정(이수자) : 민속춤·민요창 △이상연(전수보조자) : 장고·갱쇠·징 △김문교(이수자): 갱쇠·장고·북 △홍행선(이수자) : 민속춤·징 △이창옥(이수자) : 장고·북·징 △박양순(이수자) : 민속춤 △박유종(이수자) : 장고·북·징 △라순옥(이수자) : 민속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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