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있는데, 가족은 없는 사람들
집은 있는데, 가족은 없는 사람들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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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세상에는 수많은 인연들이 있다. 그 가운데 우리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 만나고 맺은 수많은 인연들 가운데 가장 특별한 인연을 꼽으라면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자매 관계를 말하곤 한다. 운명 같은 만남으로 시작된 사랑이 부부의 연을 맺어주고, 그 품에 태어난 자식들과 서로 옹기종기 한 지붕에서 산다는 것. 언뜻 보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70억 지구 인구에서 이처럼 피를 나눈 사이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론 자신 곁에 있는 인연들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사랑하는 아내 혹은 사랑하는 엄마가 며칠간 집을 비울 때, 한 솥 가득 곰국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볼 때면 그 공허함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정작 있을 때는 잘하지 못하면서도 없을 때는 찾게 되고 보고 싶은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또다시 망각의 동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은 또다시 안중에도 없고 타의든 자의든 새로운 인연을 맺기에 열을 올린다. 집안에서는 가족들에게 짜증내고 화를 내면서도 집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배려심 깊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변하곤 한다. 가족들의 생일은 모르면서 화이트데이날 새로 사귄 여자친구에게 값비싼 사탕 사주는데 정신 팔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칡넝쿨과 등나무 줄기가 서로 얽히고설키듯, 부모와 자식 간에 그리고 형제자매간에 불화와 갈등이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자신의 아버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가까운 우리지역에서 아버지에 의한 친딸 성폭행사건이 발생하거나, 지난해 발생한 주남저수지 남아 유기사건의 범인이 친모였다는 사실 등 마주하기 싫은 슬픈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곤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친족 간의 살인이나 범죄가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까진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언제부턴가 언론을 비롯한 방송매체들이 가족에 대한 특별기획 코너들을 수없이 양산해 내고 있다. 특히 TV프로그램 가운데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예·체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또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가족 간의 불화를 다뤄 시청자들의 공감과 안타까움을 자극하는 자극형 드라마들 역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그러한 매체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시청자들에게 과연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사회 매체들로 인해 가족 간의 불화가 당연한 사회적 풍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 스스로 깨닫는 바가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누구라고 가족을 소중히 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단,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제일 힘들 뿐이지만 말이다.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있게 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가족들을 위해 써보는 건 충분히 해 볼 만한 일 아니겠는가.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당장 뜬금없이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화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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