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6)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46)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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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에 유등이 내걸리고, 가슴에는 소망을 밝혀 이웃과 소망을 이야기한다. 도심 전체를 밝히는 유등 빛보다 더 많은 소망의 등이 뭇 사람들 가슴에서 소망의 등불을 밝힌다. 거대한 진주성 전체가 남강위에 띄운 유등 위에 뜬다. 물과 빛이 어우러져 하늘의 별빛도 잠시 잊게 된다.

모든 인류의 꿈으로 만든 창작등과 세상 모든 마음을 담은 소망등이 남강에 불 밝혀서 인간 세상의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5,000만 개의 온갖 유등 빛이 흐르는 유등 엑스포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7만 유등과 수만 소망등, 가정마다 등불을 밝힌 수천 개의 유등, 택시부터 유치원 아이들 손에 들려진 유등, 남강에 띄운 유등, 하늘로 소망을 띄워 올린 풍등, 가로등 불빛마다, 쓰레기통 유등까지 빛난다. 진주남강유등축제 기간에 찾아온 관광객들 가슴속을 환하게 밝힌 마음의 유등까지 5,000만 개의 유등이 희망을 밝히고, 세계적인 축제가 되어 지구촌에 70억 개의 마음의 유등에 불 밝힌다.

남강을 흐르는 유등 불빛에서 유등의 꿈을 본 사람들 가슴마다 유등 불빛이 빛난다. 유등의 꿈이 인류의 마음속에 100억 개의 등불로 빛나도록 남강유등축제는 유등 엑스포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나하나에 지극정성을 다했다.

옛날부터 가을추수가 끝나고 나면 개천예술제가 열렸다. 유랑극단과 엿장수는 인기 만점이었다. 그 동안 농사짓느라 고생한 농민들은 단체로 개천예술제 구경하느라 새 옷 꺼내 입고, 분 바르고 머릿기름 발라 시내로 행차를 했다. 소싸움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완행버스를 놓친 술친구들이 남강 변으로 몰려들어 다리 아래 장어집 평상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유등의 꿈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 매년 10월이면 자동으로 고향 진주에서 친구들과 모여 개천예술제를 구경하고 학창시절 유등의 꿈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 학창시절 친구가 개천예술제 출전해 상을 탄 것이 신문에 나고, 축하잔치를 남강 변에서 펼칠 때 매년 모이기로 정했다.

오늘도 준호는 남강 변에 있었다. 촉석루 건너 강변에서 보안 유지를 위해 모형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봉황과 용두산 전설에 나오는 청룡 유등을 조종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미 남강에 설치된 수없이 많은 유등들 사이로 준호가 조종하는 모형 비행기가 날아다녔다. 휴대폰 앱의 좌우상하, 회전과 정지 비행 버튼을 조작하며 유등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 위해 흐르는 땀을 강바람에 흩날리며 오래된 꿈을 창공에 띄우고 있었다.

붉은 황혼에 붉게 물든 남강 물결을 거슬러 날던 비행기는 치솟아 오르면서 용트림을 시작했다. 몇 차례 회전하며 진주성을 향해 솟구쳐 올라 촉석루 지붕 위로 용 솟음 했다. 청룡 유등이 용솟음하는 연습을 하고 있던 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친구는 서울권역 동창회 총무를 맡고 있었다.

“준호야, 올해는 니가 서울 온나. 친구들이 경제 사정도 어렵고 매년 같은 축제를 보려고 굳이 진주까지 내려갈 거 있냐며 서울서 모이기로 했어.”

올해는 서울에서 모인다는 총무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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