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호 까꼬실 실향민들의 눈물
진양호 까꼬실 실향민들의 눈물
  • 정만석
  • 승인 201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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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실향민회 40년만에 한자리 '고향 그리움' 나눠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는 망향가는 늘 우리의 맘을 서글프게 한다.

호수속에 잠긴 내고향이라면 어떨까. 1969년 남강댐 공사로 진양호 까꼬실(당시 행정구역 경상남도 진양군 내동면 귀곡리)은 기억속으로 사라졌다.

고향을 잃은지 40여년만에 그곳에서 나고 어린시절을 보냈던 까꼬실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꿈속에서만 그려왔던 고향을 생각하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한 없이 흘렸다.

10월축제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12일 오전 ‘진주 귀곡 실향민회’가 진양호 선착장 인근 망향비 광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까꼬실 사람들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 까지는 꼬박 44년이 걸렸다.

이날 고향 까꼬실을 떠나 인천에 정착한 정창자(73·여·인천시)씨는 진양호를 바라보면서 옛날을 회상했다. 정씨는 “고향이 물속에 잠겼지만 옛날 집이나 논두렁까지 생생하다”며 “반가운 얼굴을 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안산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정섭(77)씨도 “2~3년에 한 번씩 진양호 안에 선산을 찾지만 이번 실향민 행사는 처음이다”며 “혈기왕성했던 청년들이 40여 년 만에 노인이 돼서 만났지만 고향 사람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실향민 행사에는 정씨를 포함해 당시 수몰된 마을 주민과 자녀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한 실향민은 이번 행사를 손꼽아 기다리다 얼마 전 쓰러졌다며 자식들이 행사에 참석해 부모의 안부를 전하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당시 귀곡마을의 초입이던 현 진양호 선착장에서 사물놀이와 초청가수 공연, 고인이 된 실향민 추모제례, 고향에 대한 시와 수필 낭송, 마을별 노래자랑과 민속놀이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들은 ‘우리의 고향 까꼬실의 정신을 영원히 계승한다’, ‘귀곡초등학교 옛 터에 표지석을 세운다’, ‘고향 땅에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한다’는 등의 결의문을 채택해 실향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서로 위로하기로 했다.

까꼬실 마을은 수몰 전 257가구 1467명의 주민이 각골, 아랫말, 큰말 등 8개 마을에 거주하다 1969년 남강댐 건립공사로 이주했다.

절반 정도만 진주에 정착하고 나머지는 전국 각지로 흩어져 생업에 전념하느라 그동안 전체 주민이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01년 실향민회가 구성됐다. 흩어진 고향 사람을 찾는데 노력했고 까꼬실 사람을 소재로 한 소설과 시집 등의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진양호 가에 망향비를 세웠다. 그러나 집과 농토는 물론, 접근로조차 수몰돼 마을 선산에는 명절 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실정이다.

정종섭 귀곡 실향민회 회장은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 만에 주민 전체가 모였지만 눈앞에 고향을 두고 길바닥에서 행사를 열어 부끄럽다”며 “내년쯤 진양호 둘레길이 완공된다고 하니 성묘길이나 시간이 날 때마다 자녀 손을 잡고 고향을 방문하는 날을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남강댐 공사로 수몰된 고향정신 계승하자'
12일 진주시 진양호 선착장에서 진주 남강댐 건립공사로 수몰된 일명 ‘까꼬실’ 마을 주민이 40여년만에 모여 고향마을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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