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50)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50)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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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 하나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약탈자들이 우습게 알고 유등축제를 계속 노략질 할 것이다. 감히 약탈자들이 유등의 꿈을 넘보지 못하게 하고 말테다 하는 뜨거운 용기가 솟구쳤다.

“그래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살겠다는 건지….”

여기서 포기한다면 낡은 것들이 코웃음 칠 것이고, 기득권은 젊은이를 우습게 여길 것이며, 쉽게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결코 세상을 내주지 않을 게 뻔했다.

“도토리 키 재기 시키는 기득권의 꼭두각시 노릇하는 야망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 하는 거다.”

살아가는 자세가 안 된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다는 핑계로 버틸 것이다. 준호는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하고 생각했다.

“낡은 것들을 넘어서자. 보란 듯이 새로운 축제를 펼치는 거다.”

요즘 젊은 것들에게 하는 비난을 다시는 못하게 뭔가를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낡은 것들이 출세하기 위해 권력에 충성하는 건 단순한 야망일 뿐 시대는 변했어. 낡은 것들이 지배하는 더러운 세상을 어떻게든 바꿔보자.”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도 젊은 놈이 처박혀 있으면 되나. 더러운 세상이라고 욕하고 있다고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다. 더러운 세상에 희망의 등불을 밝혀 위선의 가면을 쓴 낡은 것들의 고리타분한 생각에 맞서 이기는 방법뿐이었다.

“똥고집 부리며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핑계로 빠져 나가는 비열한 짓을…”

기득권에 편승하는 가진 자들의 횡포에 맞서야 하고, 책임지지 않는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하니,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피 끓는 젊은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거다.”

대나무 숲이 우거진 연인의 거리 앞에서 선 준호는 입맞춤하는 남녀 유등을 올려다보았다. 현지답사를 할 때 굵은 땀을 훔쳐 주던 민지의 손길이 스쳤다.

“민지는 꿈을 사랑하는 여자야.”

준호는 유등의 꿈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날의 민지의 뜨거운 사랑을 떠올렸다.

“땀을 사랑한 그녀… 꿈을 사랑한 거다.”

준호는 어렴풋이 여자의 불타는 사랑을 알듯 해 왠지 부끄러웠다.

“내가 꿈을 포기하는 걸 보고 그녀가 떠난 거다. 돈이 없어 포기했지만, 핑계는 수 없이 많다. 그녀가 떠난 결정적 이유는 내가 꿈을 포기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야. 쉽게 포기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떠난 거야.”

준호는 뚜렷하게 완성된 자신의 꿈을 민지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꿈을 완성하자.”

여기서 포기한다면 영원히 내 꿈을 보여줄 수 없으며, 내 꿈을 보고 나라는 인간을 판단하겠지.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사람을 누가 믿고 따를 것인가 싶었다.

그 동안 민지가 본 것은 세상 잡생각 속을 떠도는 내 모습이다. 부추기는 야망을 불태우다 결국 길을 잃은 나와 술잔을 기울이고, 다시 꿈을 이야기하던 날의 민지 얼굴은 화사했다. 준호는 지난 날 세상 생각 속을 떠돌다 결국 길을 잃어버렸던 악몽에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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